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유럽경제지역(EEA) 내에서 테더(USDT)를 포함한 일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현물 거래를 중단했다. 이는 유럽연합의 시장질서에 따른 암호자산 규제(MiCA) 준수를 위한 조치다.
바이낸스는 3월 초 발표한 계획에 따라 MiCA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는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현물 거래쌍을 3월 31일까지 순차적으로 상장 폐지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해당 계획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됐으며, 테더 외에도 다이(DAI), 퍼스트디지털USD(FDUSD), 트루USD(TUSD), 팍스달러(USDP), 앵커유로(AEUR), 테라USD(UST), 테라클래식USD(USTC), 팍스골드(PAXG) 등 여러 토큰이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이번 조치는 EEA 내 사용자에 대한 *현물거래 제한*에 국한된다. 바이낸스는 여전히 해당 토큰의 *보관(custody)*과 *영구선물(perpetual contracts)* 거래는 제공하고 있어 미카 비적격 토큰의 완전한 퇴출은 아니다. 실제로 테더의 경우 바이낸스 플랫폼에서 영구 선물 거래가 가능하다.
크라켄 역시 같은 조치를 단행한 거래소 중 하나다. 이 회사는 2월 발표한 계획에 따라 3월 24일부터 테더에 대해 EEA 지역에서 매도 전용(sell-only) 모드로 전환하면서 신규 매수는 차단했다. 크라켄은 테더를 비롯해 페이팔 USD(PYUSD), 테더 유로(EURT), 트루USD, 테라클래식USD 등 5개 토큰을 상장 폐지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유럽증권시장청(ESMA) 측은 지난 3월 발표된 입장에서 "MiCA에 부합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의 보관 및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위법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든 암호화폐 사업자에게 3월 31일 이후 해당 토큰의 거래를 중단할 것을 권고해 일부 혼선을 낳고 있다.
이번 조치는 MiCA가 요구하는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거래 요건의 시행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규제권 내 집행력을 강화하려는 유럽연합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다. 반면 사용자들은 여전히 비적격 토큰을 보관하거나 파생상품의 형태로 거래할 수 있어 실질적인 접근성은 유지된 상태다. MiCA 시행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회색지대는 향후 규제 해석과 기술적 대응의 조율이 필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