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의 시가총액이 약 1,210억 달러(약 176조 원) 수준까지 하락하며, 주요 암호화폐 상위 3위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강한 매도 압력과 투자심리 약화로 인해 XRP는 심리적 지지선인 2달러 부근에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리플의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법률 분쟁이 마무리됐다고 밝힌 지난 3월 19일, XRP는 한때 2.60달러를 돌파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며칠간 급락세로 전환되며, ‘재료 소멸에 따른 매도(sell-the-news)’ 국면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현재 XRP는 2.09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갈링하우스 발표 당시 고점 대비 약 20% 하락한 수준이다.
분석가들은 XRP의 가격 움직임을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트레이더 'CryptoWZRD'는 “2달러 지지선이 무너지면 대규모 숏 포지션 진입이 예상된다”며 “반대로 2.33달러 이상 건전한 반등이 나오면 롱 포지션이 유효해진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분석가 'The Great Matsby'는 XRP가 2월 초 1.80달러 이하로 급락했을 때 이미 바닥을 찍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베테랑 트레이더 피터 브란트(Peter Brandt)는 “XRP가 전형적인 ‘헤드앤숄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기술적 지표에 기반한 경고를 보냈다. 그는 “3달러를 돌파하지 못하고 1.90달러 지지선이 추가로 무너지면, 1.07달러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물 압박도 가중되고 있다. 최근 고래 투자자들이 단 48시간 동안 11억 2000만 XRP를 시장에 매도하며,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매도 불안을 확산시켰다. 약 25억 달러(약 3조 6,500억 원) 규모의 대량 물량이 시장에 풀린 상황은 수요 증가 없이 공급이 확대되면서 향후 가격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SEC 소송 종료라는 호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오히려 조정 장세를 자극했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는 향후 XRP가 중장기적 지지선을 얼마나 확실히 방어하고, 새로운 매수세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추세 반전의 가능성과 추가 하락 가능성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