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트럼프가 이더리움(ETH) 매수를 권유한 이후 두 달 만에 이더리움 가격이 약 5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2월 21일 에릭 트럼프는 570만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사회관계망에서 "지금은 ETH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적기"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결과적으로 최악의 시점이 된 셈이다. 3월 31일 기준 이더리움은 $1,820(약 265만 원) 선까지 하락하며 당시 트윗 이후 시세가 40% 넘게 밀렸다.
시장 점유율도 크게 떨어졌다. 에릭 트럼프가 해당 발언을 했던 시점 당시 이더리움의 시장 지배력은 10.28%였으나, 한 달여 만에 8.39%까지 줄어들며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 여러 사건이 겹치며 하락세를 부추겼다. 대표적으로, 2월 21일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빗(Bybit)이 해킹 공격을 받아 약 15억 달러(약 2조 1,900억 원) 상당의 ETH가 탈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강화가 투자 심리에 또 다른 압력으로 작용했다. 특히 오는 4월 3일부터 시행되는 자동차 수입에 대한 25% 고율 관세는 글로벌 수요 둔화 우려 속에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세를 유발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는 이더리움이 아직 바닥을 통과하지 않았다고 봤다. MN 컨설팅의 공동 창립자 미카엘 반 데 포페는 "금 시세가 현재 정점을 찍고 있는 가운데, ETH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려면 추가 하락이 선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탈중앙화 금융 플랫폼 월드리버티파이낸스(WLFI)는 지난 두 달 간 공격적인 이더리움 매수를 이어왔다. WLFI는 에릭 트럼프 발언 직후인 2월 23일, 약 7만 3,783 ETH(당시 기준 약 2억 1,200만 달러, 약 3,097억 원)를 코인베이스 프라임으로 이체했다. 이에 대해 WLFI 측은 자산 매각이 아닌 '재무 운용의 일환'이라고 해명했지만,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해당 시점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WLFI는 이보다 앞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백악관 암호화폐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2,000만 달러(약 292억 원) 규모의 일괄 매수를 단행한 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관련 주요 일정과 맞물려 반복된 대규모 매수 행위에 대해 내부자 정보 활용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USD1과의 이해상충 문제다.
실제 WLFI는 2월 이후 ETH 보유량을 3배 이상 늘렸지만, 여전히 이 같은 매수세는 시장 상승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딩 뷰 기준 차트를 보면, ETH는 최근 약세 깃발(bear flag) 패턴의 하단을 이탈하며 기술적 지지선을 잃었고, 이로 인해 향후 가격이 $1,490(약 217만 원) 선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낙관론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시장이 현재 지지 수준인 $1,800(약 263만 원) 선에서 반등한다면 ‘더블 바닥(double bottom)’ 반전 패턴이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가격이 $2,500(약 365만 원) 수준까지 35% 이상 상승하는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기 저항선인 $2,094(약 305만 원)를 확실히 돌파하는 흐름이 선행돼야 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제 기술적 반등 가능성과 정치적 이슈에 기인한 불확실성 간 줄다리기 속에 이더리움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