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폼랩스가 오는 3월 31일, 암호화폐 피해 보상 포털을 공식 개설한다. 이는 지난 2022년 5월 약 450억 달러(약 65조 7,000억 원) 규모로 붕괴한 테라 생태계 사태 이후 거의 3년 만에 이뤄지는 조치다. 이번 포털은 테라 붕괴로 인해 최소 100달러(약 14만 6,000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 델라웨어 주 법원이 테라폼랩스의 파산 청산 계획을 승인하면서 본격화됐다. 재판부는 해당 계획이 투자자 손실을 둘러싼 장기적인 소송보다 바람직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테라폼랩스는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4억 7,000만 달러(약 6조 5,282억 원) 규모의 민사 합의에 도달하며 쇠락의 정점에 이르렀다.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오는 4월 30일 오후 11시 59분(미 동부시간)까지 해당 포털을 통해 신청서와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100달러 미만의 손실 건은 접수되지 않는다. 증빙 자료는 수동(manual) 또는 우선(preferred) 방식으로 제출할 수 있다. 수동 방식은 거래 내역, 계좌 명세서, 캡처 화면 등이 해당되며, 우선 방식은 주요 거래소의 읽기 전용 API 키를 의미한다. 테라폼랩스는 우선 방식의 증거가 보다 정확하고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회사 측은 수동 증거로 제출된 청구는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우선 증거가 병행해 제출되지 않을 경우 불허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테라폼랩스가 예측한 보상 규모는 최소 1억 8,450만 달러(약 2,695억 원)에서 최대 4억 4,220만 달러(약 6,455억 원) 수준이다. 다만, 실제 청구 가능한 전체 손실 규모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지난 6월 테라폼랩스는 공식적으로 사업 종료를 선언하며 테라 블록체인 운영 권한을 커뮤니티에 이관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생태계 자산들은 매각되고, 미확정 또는 잠긴 물량도 소각될 예정이다. 한때 알고리듬형 스테이블코인과 루나 토큰을 중심으로 구성된 테라 생태계는 4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지만, 갑작스러운 붕괴와 함께 창립자 권도형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데 이어 미국으로 송환됐다.
테라 사태는 당시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줬으며, 비트코인(BTC)은 사건 발생 이후 30일간 37% 하락해 1만9,000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권도형의 미국 내 재판은 새로운 증거 검토를 이유로 4월 10일로 연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