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에서 새로운 ‘디지털 가치 저장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미국 각 주정부와 글로벌 상장사들이 이를 장기 전략자산으로 편입하는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5년 기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소 22개 주가 비트코인 공식 비축을 위한 법안을 제안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미국 주정부의 비트코인 예비금 추진 현황
공화당 주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비트코인 비축 움직임은 텍사스, 오하이오, 유타, 애리조나 등에서 가장 활발히 나타난다. 유타는 'HB230'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켜 상원 심의 중이며, 애리조나는 'SB1025'를 통해 공공 자산의 최대 10%까지 암호화폐 편입을 검토 중이다. 오하이오는 상하원에서 동시에 비트코인 관련 법안을 제출하며 제도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리노이, 플로리다,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켄터키 등 다수의 주들이 연금기금 및 공공자금에 비트코인을 포함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 중이다. 플로리다는 ‘SB550’ 법안으로 연금기금의 부분적 비트코인 투자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반면, 몬태나, 와이오밍, 펜실베이니아 등은 법안 기각이나 부결로 추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 뉴욕, 매사추세츠 등 주요 주에서는 아직까지 비트코인 보유 관련 입법이 전무한 상황이다.
상장사 비트코인 보유 확대… 마이크로스트레티지, 52.8만 BTC 보유
기업 부문에서도 비트코인을 장기 전략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 현재 글로벌 상장 기업들의 비트코인 총 보유량은 약 69만 1,214 BTC로, 이는 전체 유통량(약 2,100만 BTC 기준)의 3.29%에 해당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 MSTR)다. 해당 기업은 무려 528,185 BTC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기업 보유량의 약 76%에 달한다. 비트코인을 회사의 핵심 자산 전략으로 삼아 지속적인 매입을 이어온 결과다. 현재 보유 자산의 평가 가치는 약 438억 달러에 이른다.
그 외에도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Marathon Digital Holdings, MARA)는 46,374 BTC, 라이엇 플랫폼스(Riot Platforms, RIOT)는 18,692 BTC, 테슬라(Tesla, TSLA)는 11,509 BTC를 각각 보유 중이다. 특히 클린스파크(CleanSpark, CLSK), 허트8(Hut 8, HUT), 코인베이스(Coinbase, COIN),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BRPHF), 블록(Block, SQ) 등도 만 단위 이상의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며 전략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사례도 눈에 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사인 메타플래닛(Metaplanet Inc., 3350.T)은 3,350 BTC를 보유 중이며, 이는 전체 보유량에서 약 0.016%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중국의 비트마이너 제조사 카난(Canaan Inc.), 홍콩의 보야 인터랙티브(Boyaa Interactive) 등 다수 아시아권 상장사들도 BTC 보유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비트코인을 준중앙은행적 자산으로 간주하는 기업들의 시각 변화를 보여준다. 실제로 비트코인을 대차대조표 상 실물자산으로 포함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금융정책과 기업 전략에 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과 기업 회계상 인정 확대가 이어질 경우, 상장 기업들의 BTC 매입 경쟁은 한층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