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가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가격에 상장하면서 AI 데이터센터 산업 붐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코어위브는 지난 27일(현지시간) 기업공개(IPO)를 단행했으나, 주당 가격은 애초 예상보다 낮은 수준인 40달러로 책정됐고, 상장 첫날 주가는 다시 5%가량 하락하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IPO 시장 회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까지 꺾이면서 업계 전반에 경고 신호가 울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일부 대형 테크 기업들이 AI 수요 예측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고성능 연산을 기반으로 한 AI 데이터센터의 지속성이 의문을 낳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최근 일부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철회했고, 알리바바(BABA)의 조사이 회장은 중국 내 AI 인프라 과잉 구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이에 따라 한동안 AI 붐을 이끌어온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작은 규모의 고효율 AI 모델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기존과 같은 대규모 컴퓨팅 자원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구글(GOOGL)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공개한 ‘추론 기반(reasoning)’ AI 모델은 오히려 더 많은 연산 자원이 요구되며, 소형 모델 시대가 곧 현실화 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편, AI 스타트업 투자 열기는 여전하다. 오픈AI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약 5조 7,600억 원($40B) 대규모 자금 조달을 눈앞에 두고 있고, 중국 AI 스타트업 매너스의 모회사도 미국 벤처캐피탈로부터 약 720억 원($500M) 평가를 이끌어내며 자금을 유치 중이다. 또 브라우저 상에서 AI 에이전트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브라우저유즈가 245억 원($17M)의 투자를 받는 등 투자 행렬은 여전하다.
하지만 여전히 AI 칩 기업 세레브라스의 상장 지연도 부담 요인으로 남는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아랍에미리트의 자본 참여를 이유로 검토 절차를 계속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미국 백악관의 안보 해이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 시절 안보 책임자들이 예멘 공격 계획을 메신저 앱 시그널을 통해 한 언론인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국가안보국(NSA)은 해당 앱의 취약점 경고를 사전에 정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은 기술 기반 보안 실패가 정책과 군사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AI 산업이 여전히 기술 혁신과 투자 유치라는 두 축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가 무제한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는 현실 인식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