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가 기대보다 낮은 주당 40달러(약 5만 7,600원)에 기업공개(IPO) 공모가를 확정지었다. 이를 통해 약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를 조달하며, 기업가치는 190억 달러(약 27조 3,600억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주당 47~55달러보다 낮아진 수준이며, 전체 공모주식 수도 4,900만 주에서 3,750만 주로 줄였다. 그간 AI 붐을 타고 빠르게 성장해온 코어위브의 IPO는 지난 2021년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국 기술주 상장 건으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NVDA)의 GPU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해 AI 워크로드를 지원하는 인프라 업체로, AI 수요 급증 속에 사업 외형을 1년 새 7배 가까이 불려왔다. IPO 투자 설명서에서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FT),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77%에 달하는 매출이 단 두 고객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특히 전체 매출 중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공급 일정 차질 등으로 코어위브와의 일부 협약을 재조정했다는 외신 보도는 악재로 작용했다.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코어위브의 중장기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 전반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약 120억 달러(약 17조 2,800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가운데, 연말까지 210억 달러(약 30조 2,400억 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가 이번 IPO에 2억 5,000만 달러(약 3,6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하며 기업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지만, 차입에 의존한 확장 전략과 급격한 현금 소진 전망은 부담 요인으로 남아있다.
코어위브의 상장은 IPO 시장의 회복 가능성을 점검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팬데믹 이후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IPO 시장은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였다. 2021년 이후 미 증시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한 기술 기업은 프레시웍스(FRSH) 뿐이었고, 루브릭, 레딧 등의 최근 상장도 7억 5,000만 달러(약 1조 8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연말에는 스텁허브, 힌지헬스, 클라르나 등도 상장을 준비 중이지만, 시장 심리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일부 애널리스트는 기업공개 재개 분위기를 예상했으나, 연이어 발표된 다수의 ‘관세’ 정책이 글로벌 경기와 기업 투자 심리에 불안을 유발하고 있다. 코어위브의 공모가는 이 같은 경제 및 정치적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이 회사는 AI 시장 호황의 중심에 있으나,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경쟁 우위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짙다”며 “변화하는 거시 환경 속에 코어위브가 자신의 위치를 확실히 입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비공식 투자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0%가 코어위브가 ‘지속 가능한 기업’이라고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도 나왔다. IPO가 예정된 이번 금요일 나스닥 시장에서의 첫 거래는 단순히 해당 기업의 성패를 넘어, AI 산업 전반의 모멘텀과 IPO 회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