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OpenAI)가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을 본뜬 이미지 생성 AI의 무료 공개를 돌연 보류하면서, AI가 예술을 ‘모방’하는 행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사무엘 알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무료 버전 출시가 당분간 연기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인터넷에는 단 하루 만에 해당 AI가 만든 이미지들이 넘쳐났다. 특히 9·11 테러나 존 F. 케네디 암살 장면을 지브리 풍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공유되자 파장이 확산됐다.
이번 논란은 기존 콘텐츠의 창작권과 AI 활용의 경계가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미묘한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일부 이미지가 일본 대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고유한 화풍을 완전히 모방한 데다, 오픈AI가 관련한 저작권 사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마침 뉴욕타임스가 오픈AI를 상대로 한 저작권 소송에서 재판 진행 허가를 받은 시점과 맞물리면서, AI가 만든 이미지도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오픈AI는 기술 문서를 통해 "살아있는 아티스트의 화풍을 흉내 내려는 시도에 대해 거부 메커니즘을 탑재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후 발표된 별도 성명에서는 "보다 폭넓은 스튜디오 스타일은 허용되며, 이를 통해 독창적인 팬 콘텐츠가 다수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스튜디오 지브리의 대표이자 애니메이션 거장으로 꼽히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는 생전 AI 기술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그는 2016년 AI가 생성한 영상 콘텐츠를 평가하며 “생명을 모독하는 기술”이라며 혹평했고, “내 작업에는 절대 이 기술을 활용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저작권 침해 피해를 주장하며 AI 기업에 소송을 제기한 작가 칼라 오르티즈(Karla Ortiz) 역시 이번 사태에 날을 세웠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픈AI는 예술가들의 생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타인의 창작물을 기반으로 제품을 홍보한 행위가 *모욕적이고 착취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AI 기반 콘텐츠가 급속도로 대중 속으로 스며드는 상황에서, 새로운 창작물과 기존 예술 간의 저작권 경계가 얼마나 무너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 기술 진보가 예술의 영감을 확장할 수 있다면, 기술 기업의 책임 역시 그에 걸맞게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