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자율조직(DAO)과 웹(Web)3.0이 업계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관련 법적 문제들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웹3.0 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지식재산 분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강욱 KNK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2022년 3월 28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디지털경제와 DAO’컨퍼런스에서 ‘DAO와 WEB3가 가져올 지식재산분쟁’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지식재산과 관련된 분쟁은 웹2.0 시기에 들어오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 변리사는 "초창기 웹 환경은 지식재산권에 대한 자각조차 없었지만, 오프라인 경제활동이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변리사는 '매직 더 개더링(magic: the gathering, mtg)'을 두고 발생한 DAO 관련 분쟁 사례를 소개했다.
매직 더 개더링은 1993년 발매된 세계 최초의 트레이딩 카드 게임이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만큼 해당 카드를 수집하는 사람이 많고, 희귀한 카드는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런 수요층을 겨냥해 '매직더개더링 다오(mtgDAO)'는 카드 소유자가 자신의 카드를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민팅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들었다. 이에 저작권을 소유한 '위저드 오브 더 코스트'는 mtgDAO가 저작권과 상표권을 침해했으며 당장 서비스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을 두고 이 변리사는 "mtgDAO가 위저드사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mtgDAO가 아무런 수수료를 받지 않았고, 카드 소유자가 민팅한 NFT 링크만을 제공할 경우에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변리사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에 무단으로 편승해 영업적 이익을 취하는 부정경쟁방지법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DAO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될까. 국내의 DAO 관련 법적 분쟁 사례는 아직 없지만,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판례가 존재한다.
2009년 대법원은 오픈플랫폼(네이버, 다음 등)에 올라온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 플랫폼 운영자가 삭제 및 차단 의무를 가진다고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1)플랫폼에 올라온 게시물의 불법성이 명백하고 2) 운영자가 게시물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으며 3) 게시물에 대한 관리·통제가 가능할 경우 플랫폼 운영자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오픈플랫폼 운영자의 책임을 판시한 2009년 대법원 판결. 이강욱 변리사 발표자료 발췌
이 변리사는 "웹2.0 환경에서 지식재산 분쟁이 발생했을 때, 대법원은 해당 판례와 거의 동일하게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는 대체불가토큰(NFT)과 DAO 관련 이슈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변리사는 "진정한 의미의 탈중앙화 커뮤니티에선 책임을 누구한테 물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며 "KYC(본인확인제도)를 비롯한 법적인 제도장치 마련이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