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하반기 암호화폐 업계를 비롯해 정치권에 휘몰아쳤던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부터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022년 2월 22일 조동관 국회 법률정보실 법률자료조사관은 ‘가상자산 과세에 관한 미국‧유럽연합‧인도의 입법례’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보고서는 앞서 1년 연기된 가상자산 과세 관련 후속 보고서로, 해외 가상자산 과세 입법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해당 보고서는 “가상자산 과세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가상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는 양도소득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소득 구분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해 과세방법과 소득 분류가 불일치 한다”고 지적하면서 “특히 금융투자소득과 유사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금융투자소득이 아니라 기타소득으로 구분해 공제금액과 이연공제에 차이가 발생하며 조세평등주의를 해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제20대 대통령 선거(이하 대선)를 앞두고 여당과 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가상자산 과세를 수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소득세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소득세법의 올바른 개정을 위해선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을 확립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유럽연합, 인도의 입법사례를 통해 국내법과 비교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을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양한 연방기관들이 가상자산과 관련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아직 입법화된 사례는 없다. 각 주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입법이 진행됐으나, 주로 자금송금업자와 관련된 것이어서 가상자산소득 과세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미국은 법에 열거한 특정한 소득 이외에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는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과세의 근거가 되는 법률을 마련하지 않고서도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가능하다.
가상자산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인도 정부는 2022년 2월 1일에 의회에 제출한 ‘2022년 금융법(Finance Bill, 2022)’에서 소득세법(Income-tax Act) 제2조에 47A 항을 추가해 가상자산을 매우 포괄적으로 정의해 과세대상으로 포함했다. 향후 인도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를 금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0년 9월 24일 가상자산의 법적 규제에 관한 ‘암호화자산규제안’(proposed Regulation on Markets in Crypto-Assets, MiCA)을 발표했고, 2021년 11월 24일 동 규정을 최종 채택한 후 유럽의회에 입법을 의뢰했다.
해당 규정은 암호자산(Cryto-asset)을 분산원장기술(DLT) 등을 사용해 이전 및 저장할 수 있는 가치(value) 또는 권리(right)의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고, 이를 좀 더 세분화해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을 △유틸리티토큰(Utility-token), △자산기초 토큰(Asset-referenced token), △전자화폐토큰 또는 e-화폐토큰(Electronic money token or e-money token) 3가지 유형(type)으로 구분해 명문화했다.
보고서는 해외 사례들을 소개하며 “우리나라도 이를 참고해 가상자산의 법적 성질을 명확히 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하면, 가상자산소득 과세에 관한 문제점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