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지역에서 비트코인 채택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멕시코가 금융기관의 암호화폐 이용을 금지시키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1년 6월 28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국내 금융 시스템 내 사용이 금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멕시코 중앙은행, 아르투르 에레라(Arturo Herrera) 재무장관, 국리은행증권위원회는 4쪽 분량의 공동 성명을 통해 거듭 "현행 법률 체계 아래 암호화폐가 법정 통화나 화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성명은 "멕시코 내 금융 기관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XRP 등 가상 자산을 취급할 권한이 없다"며 "암호화폐와 금융 시스템 간에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허가 없이 암호화폐를 운용하거나 제공하는 금융 기관은 규정을 위반으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조치가 당분간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기관은 2014, 2017, 2019년에도 교환 수단, 가치 저장 수단, 기타 투자 수단으로서 암호화폐에 내재된 위험성을 재차 경고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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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3대 부호 "은행 통한 비트코인 채택" 발언이 불씨
이같은 성명은 멕시코 부호 리카르도 살리나스(Ricardo Salinas)가 자신이 소유한 은행 '방코아즈테카(Banco Azteca)'을 통해 비트코인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이후 나왔다.
살리나스 회장은 2021년 6월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좋은 포트폴리오 다각화 요인"이라면서 "아즈테크 은행이 멕시코 최초로 비트코인을 수용하는 은행이 되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리나스는 순자산 158억 달러를 가진 멕시코 3대 부호다. 은행 외에도 다수의 소매 및 방송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다. 1980년대 초인플레이션을 목격한 살리나스는 앞서 한 영상에서 법정화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30년 동안 비트코인을 보유하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은 영향력 있는 재계 인사가 은행을 통해 암호화폐를 도입하겠다고 발언하면서 당국이 암호화폐을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다른 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멕시코도 인플레이션 문제를 겪고 있다. 살리나스의 발언 일주일 전 멕시코는 인플레이션이 6% 이상 상승했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4.25%로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이래 높은 인플레이션 및 통화 가치 하락으로 고전하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나마, 파라과이 등 중남미 국가들이 비트코인 채택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멕시코는 암호화폐 금지를 금융 안정성을 지키는 방식으로 선택했다. 비트코인을 채택하거나 억제하는 정책 결정을 통해 남미 국가들이 경제 위기를 해결해갈 수 있을지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