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들어 암호화폐 업계에서 '러그 풀(Rug Pull)' 사기 사건은 크게 줄었지만, 한 번 발생할 때마다 그 피해 규모는 훨씬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 댑레이더(DappRadar)의 4월 16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발생한 러그 풀은 총 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1건에 비해 66% 감소했다.
그러나 건수는 줄었지만 피해액은 오히려 급증했다. 댑레이더는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러그 풀로 인해 약 60억 달러(약 8조 7,600억 원)가 증발했다고 집계했다. 다만 이 중 92%에 해당하는 피해는 맨트라(Mantra)의 OM 토큰 폭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이를 러그 풀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2024년 초 동일한 기간 동안 러그 풀로 인한 피해액은 9천만 달러(약 1,310억 원)에 불과했다. 댑레이더 분석가 사라 게르게라스(Sara Gherghelas)는 "러그 풀이 발생 빈도는 줄었지만, 발생시 그 파장은 훨씬 치명적"이라며 "브랜딩이 정교하고 서사가 치밀하게 구성된 팀이 사기를 주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25년 들어 밈코인 중심의 러그 풀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는 디파이(DeFi) 프로토콜과 NFT 프로젝트, 밈코인이 고루 관련돼 있었으나, 올해는 대부분 밈코인에서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솔라나(SOL) 기반 리베르타드(Libertad) 프로젝트의 토큰 리브라(LIBRA)다. 지난 2월 14일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X(구 트위터)에 해당 프로젝트를 언급한 직후 시가총액이 45억 6,000만 달러(약 6조 6,500억 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게시물이 삭제되면서 토큰 가격은 94% 이상 급락했고, 일각에서는 '펌프 앤 덤프' 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러그 풀의 전략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가운데, 업계는 투자자들의 주의와 함께 보다 강력한 사기 방지·감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위험경보만으로는 빠르게 진화하는 암호화폐 사기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확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