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자산운용 고객을 대상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투자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2021년 3월 31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개인자산관리 부문 디지털자산 글로벌 수석으로 임명된 매리 리치(Mary Rich)는 "골드만삭스가 2021년 2분기 디지털 자산에 대한 투자 채널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리 리치는 "개인자산관리 고객에 신중하고 적절한 생태계 접근 방안을 제공하기 위해 전 은행 부서들과 함께 협력하고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디지털 자산 투자 상품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개인자산관리사업부는 최소 2500만달러(약 280억 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개인, 가족, 패밀리오피스, 기부 기금 등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한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매리 리치는 재무 전문가들과 협력해 고객들에게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 대해 알리고 콘텐츠, 투자 상품, 서비스 제공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실물 비트코인, 선물 계약 같은 파생상품, 갤럭시 디지털 펀드 같은 전통적인 간접 투자 상품 등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뉴욕금융서비스국(NYDFS) 등 규제기관의 상품 승인 절차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치 글로벌 수석은 "모건스탠리가 제공할 비트코인 투자펀드 같은 상품은 물론,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기초자산 특성에 보다 가까운 투자 방안을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갤럭시의 경우 분기마다 거래할 수 있는 일반 비트코인 펀드와 주마다 거래할 수 있는 기관형 비트코인 펀드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도 '고객 수요'에 항복
매이 리치 글로벌 수석은 "결국 고객 수요가 이겼다"며 디지털 자산 투자 사업 배경에 고객 요청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헤징 수단으로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생겼다. 지난 한 해 동안의 거시적 상황이 확실히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예상하는 고객들도 디지털 자산 부문에 뛰어들기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직 디지털 자산 생태계는 초기 단계에 있다. 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할지 어떤 모습이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미래의 일부가 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BC는 "골드만삭스의 비트코인 투자 지원을 통해 2008년 금융 위기에서 탄생한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자산들이 다시 한번 존속 능력을 입증했다"며 "대형 은행들은 비트코인을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으로 치부했지만 비트코인의 엄청난 가격 상승에 항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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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페이팔 등, 비트코인 채택 가속화
비트코인과 암호화폐가 유효한 자산 유형으로 부상하면서 개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에 이어 전통적인 금융·결제 업계까지 암호화폐 채택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거대한 투자 흐름을 막지 못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3월 17일 월가 대형 은행 처음으로 비트코인 투자 상품 제공 의사를 밝혔다. 은행은 4월 중 비트코인 펀드를 만들고 고액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페이팔은 2020년 11월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출시한 데 이어 3월 30일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체크아웃 위드 크립토(Checkout with Crypto)'를 공개했다. 비트코인(BTC), 라이트코인(LTC), 이더리움(ETH), 비트코인캐시(BCH)를 지원한다.
2017년 12월부터 비트코인 선물을 제공해온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은 3월 30일 0.1 BTC를 계약의 단위로 하는 마이크로 비트코인 선물을 5월 3일 출시해 암호화폐 파생 상품군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기업 갤럭시 디지털의 마이크 노보그라츠(Mike Novogratz) CEO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의 시가총액과 거래량은 대형 금융기관이 개입할 만큼 크지 않았다"면서 "채택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