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흔들린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전 세계 당국은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달러 가치 하락이 예상되고 전통적인 투자 자산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준은 3월 17일(이하 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00~0.25%으로 동결하고 매달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속도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은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취약 분야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면서 “경기부양 대책과 백신 접종으로 노동 시장이 회복돼도 2% 이상의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자 사이에 돌고 있는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를 인정했다.
2020년 하반기 전설적인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비트코인을 인플레이션 헤징 방안으로 채택하기 시작해 2021년 미국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부터 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까지 규모 있는 기업들이 비트코인 투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트코인이 6만 달러까지 최고점을 돌파하는 등 상승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국 금융권은 신생 투자 분야에 대한 참여를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투기성과 변동성을 가진 비트코인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전통 금융권도 비트코인을 가치 저장 옵션으로 인정하고 투자 방안으로 받아들이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 월가 금융권 최초 비트코인 펀드 제공
4조 달러(약 4,488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월가 은행 최초로 고객 자산가를 대상으로 비트코인 펀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2021년 3월 17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사내 메모를 통해 고객의 비트코인 보유를 지원할 수 있는 펀드 3종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은 "암호화폐 투자 노출을 늘리고자 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면서 "비트코인을 자산 유형으로 인정한 매우 중대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노보그라츠가 설립한 갤럭시디지털의 비트코인 펀드 2종과 자산운용사 FS인베스트먼트와 비트코인 투자사 NYDIG의 합작 펀드 1종이 제공될 예정이다.
'Galaxy Bitcoin Fund LP'와 'FS NYDIG Select Fund'의 최소 투자금은 2만 5000달러다. 'Galaxy Institutional Bitcoin Fund LP'는 최소 500만 달러부터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투자 제한을 뒀다. 계좌 개설이 6개월이 넘은 고객 중 은행에 맡긴 자산이 200만 달러(22억 5800만 원) 이상이고 공격적 리스크 수용 성향을 가진 개인 고객, 계좌 잔액이 500만 달러(56억 원) 이상인 기업에만 투자가 허용된다. 전체 순자산의 최대 2.5%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다.
비트코인, 적격 자산 인정받을까
비트코인 펀드 소식을 전한 모건스탠리의 자산운용 사업부는 암호화폐가 투자 적격 자산으로 인정받을 시점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전통적인 현금, 주식, 채권 다각화 방식이 위기를 맡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강화, 유동성 심화, 상품 가용성, 기관 중심 투자자 관심 증가 요소가 결합되고 있다"면서 "투자 가능한 자산이 될 문턱에 이르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모든 암호화폐 투자는 투기적인 형태를 띤다"면서 "다각화된 포트폴리오에서 역할할 수 있는 투자 자산 유형이 되려면 수급 측면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고 봤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서야 비로소 적격 투자자를 위한 금융 투자 방안으로 가능성을 확보한 만큼 비상장 증권사나 현금 앱 서비스를 통해 직접 비트코인을 보유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도이치은행 애널리스트 "비트코인,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어"
마리온 라부(Marion Laboure) 도이치은행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 달했다"며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자산”라고 평했다. 자산운용사와 기업이 지속적으로 유입된다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의 거래 기능(tradability)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 활동 중 결제 관련 비중은 30% 미만이다.
도이치은행은 비트코인이 국경을 초월하는 디지털 화폐라는 명성에 부응하기 위해 지불수단으로 기능을 증명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잠재력에 대한 의구심을 받는 상태에서 역량을 입증하는 단계로 성장한 테슬라처럼 비트코인도 결과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이치은행은 기관급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패밀리오피스, 기업,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보험 보장 수준의 안정성과 접근성을 갖춘 기관급 온라인·오프라인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은행은 기관 고객과 디지털 자산을 위한 통합형 수탁 플랫폼을 개발해 더 넓은 암호화폐 생태계와 원활히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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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BNY멜론, 암호화폐 커스터디에 이어 스타트업 투자까지
뉴욕멜론은행은 암호화폐 스타트업 '파이어블록'에 투자하기로 했다. 파이어블록은 암호화폐 저장 및 전송 관련 보안 기능을 제공하는 암호화폐 보안업체다. 준비 중인 암호화폐 수탁 사어에 파이어블록스의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1784년 설립된 뉴욕멜론은 40조 달러 이상을 보유한 대형 수탁은행이다. 2021년 2월 11일 자산운용 고객사를 위해 암호화폐의 수탁, 이전, 발행 작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채와 주식 같은 일반 자산을 처리하는 금융 네트워크에서 암호화폐도 취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BoA “비트코인, 투기 자산…지원 부적절”
모든 금융권이 비트코인을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소수가 독점하고 있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은행은 기관 투자자와 기업의 투자 참여가 비트코인의 핵심적인 가격 상승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비트코인의 작고 더러운 비밀(Bitcoin's dirty little secret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은 순전히 투기용 자산이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 유용하지 않다고 평했다.
프란치스코 블랜치(francisco blanch) BoA 파생상품 수석은 “전체 계정 2.4%가 비트코인의 95%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높은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소유권 집중과 공급량 제한으로 인해 고수익을 냈다. 하지만 이같은 가격 변동성은 비트코인이 지불 수단이나 자산 저장 방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징 수단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비트코인은 주식·상품과 양의 상관관계, 달러·미국 국채와 중립적이거나 약한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면서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인플레이션 헤징이 아닌 순전한 가격 상승을 노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인플레이션이 오랫 동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에 비트코인이 실제 인플레이션 헤징 수단으로 역할을 할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BoA는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과도한 전력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BoA는 "비트코인 채굴에 그리스 전체 전력 소모량에 맞먹는 전기가 들어간다"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에서도 평균 이하 자산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