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자국 전자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같은 민간 결제 기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3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무창춘(穆長春) 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연구소 소장은 국제결제은행(BIS)가 주최한 화상회의에서 "디지털 위안화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민간 결제 플랫폼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금융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 소장은 "시장의 98퍼센트를 점유하고 있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 두 대형 업체에 재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중국의 금융 안정성에 분명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보완 차원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서비스를 구축하고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장춘 소장은 자국 인터넷 대기업의 불법 관행을 막고 금융 리스크가 빠르게 전파되는 위험(financial contagion)을 완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무 소장은 2020년 10월 26일 디지털 위안화와 기존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다른 차원의 개념이며 관련 기업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빠르게 성장하는 핀테크 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며 견제하는 모양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11월 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으로 기대됐던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상장을 저지했다. 2021년 1월 '비은행 서비스 제공업체'의 온라인 결제 부문 내 영향력을 억제하는 규제안을 내놨으며 3월에는 텐센트에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SCMP는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앤트그룹과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가 장악한 중국 '플랫폼 경제'를 대상으로 중국 당국의 반독점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위안화가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당국에 지불 및 금융 시스템에 대한 개입 권한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디지털 결제 인프라까지 국가 주도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화폐 발행 앞선 중국, 국제 '룰'도 정할까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최초 도입한 주요 국가를 목표하고 있다. 비트코인 같은 민간 암호화폐와의 경쟁에 대비할 뿐 아니라 디지털 결제 시장을 선점해 위안화의 영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중국은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 전담팀을 조직하고 연구개발을 시작해 실제 시범 사용 단계에 와있다. 2020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시범 사업에 착수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추첨 방식의 민간 대상 디지털 위안화 실험도 진행 중이다. 당국은 시범 대상을 확대하고 사용 방안도 다각화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 사용을 증진하고 달러 중심의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최초 CBDC 발행을 추진 중"이라고 진단했다. 2021년 1월 기준 국제 결제에서 위안화 비율은 2.4%, 달러 비율은 38% 수준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0년 10월 디지털 위안화를 실물 위안화와 동등한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은행법 개정 초안을 공개하는 등 법적 토대도 마련했다. 2022년 2월 예정된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디지털 위안화의 공식화 시점으로 예상되고 있다.
발빠르게 국영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한 중국은 국제 사회에 관련 규제도 제시했다. 무 소장은 BIS 회의에서 CBDC의 글로벌 유통 방법, 정보 공유, 감독 등에 대한 국제 규정을 제안했다.
무 소장은 "국영 디지털 화폐 간의 호환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은행들이 감독, 정보 공유 등 광범위한 가치 체계를 확립하는 데 협력해야 한다"며 "정보 흐름과 자금 흐름을 동기화해야 거래의 규제 이행 여부를 원활히 감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규제안을 다른 중앙은행 및 통화 당국과도 공유했다고도 밝혔다. 또 국제 통화 시스템의 건전한 발전과 지속적인 금융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중앙은행들의 공정한 디지털 화폐 공급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디지털 화폐가 다른 중앙은행이 통화·금융 안정을 지키는 일에 방해가 되서는 안 된다"며 "블록체인 같은 분산원장기술(DLT)이나 다른 기술로 뒷받침되는 확장과 감독 가능한 외환 거래 플랫폼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화폐, 전 세계 화두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융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국내외 결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디지털 화폐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기업과 유력한 개인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채택하고 페이스북 같은 민간 대기업들이 디지털 화폐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각국은 디지털 시대에 화폐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서둘러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CBDC는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는 디지털 화폐다. 암호화폐의 단점인 극심한 변동성을 잡고 장점인 편리성, 효율성, 저렴한 비용에 안정성을 더했다. 금융 포괄성 개선, 통화 정책 효과 강화, 불법 사용 억제 등 기존 금융 시스템을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21년 1월에 발표된 BIS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86%가 CBDC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