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정부가 달러화 보유에 대한 진입 문턱을 낮췄다. 일반 대중들의 달러 보유가 수월해짐에 따라 암호화폐에 어떤 영향을 가져오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1년 3월 11일(이하 현지시간) 디크립트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현지 대중들의 달러 은행 계좌 개설을 허용하면서 비트코인의 입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최근 베네수엘라 정부는 달러화 보유에 대한 진입 문턱을 낮췄다. 은행은 고객들에게 달러 계좌를 개설해줄 수 있고 기업은 근로자들에게 외화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베네수엘라에서 암호화폐가 대중들의 자금 피난처였다면 미국 달러는 부유층의 안전자산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사회가 달러에 접근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으로 급속하게 양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 대중들은 미국 달러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에선 달러가 없으면 차 수리도 아이스크림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 가치가 하락하면서 달러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베네수엘라가 달러의 문을 개방함으로써 비트코인의 입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반 대중들의 달러 보유 진입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볼리바르의 가치 하락 대안으로 채택되던 비트코인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비트코인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확장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사울로 무뇨스(Saulo Muñoz) 사회개발 전문 경제학자는 "비트코인은 현재 법정화폐를 거부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며 "베네수엘라 내 비트코인 거래가 모멘텀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새로운 활용 사례가 등장하면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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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경제 위기…암호화폐로 눈돌려
베네수엘라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자국 통화 볼리바르의 가치 하락과 동반한 극심한 인플레이션, 정치적 혼란 등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제 사회와의 경제적 연결 방안으로 암호화폐에 의존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자국이 생산하는 원유를 담보로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 '페트로'를 발행했다.
페트로는 지난 2018년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개발됐다. 정부는 페트로의 유통을 높이기 위해 페트로의 의무 사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볼리바르'도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월 27일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조세 엔젤 앨버레즈(Jose Angel Alvarez) 베네수엘라 국가 암호화폐 협회 회장이 새로운 암호화폐 ‘디지털 볼리바르(Bolivar)’ 관련 대외 무역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볼리바르가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행한 원유 가치 연동 암호화폐 페트로를 보완할 수 있다”며 “하나는 국내 거래에 하나는 해외 거래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회원인 레이 팔코니(Ray Falconi)는 “볼리바르가 재정 안정화 및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암호화폐 수용 수준 세계 3위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페트로나 볼리바르보다는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더 신뢰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서 베네수엘라로 송금하기 위한 수수료가 비교적 적고 정부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송금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8월 체이널리시스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우크라이나,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된 암호화폐 개인 투자자를 보유한 국가로 나타났다.
베네수엘라에서 암호화폐의 이용은 해외로 자금을 이동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2020년 12월 29일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무릴로 포르투갈(Murilo Portugal) 브라질은행협회 의장은 "베네수엘라에서 비트코인과 주요 알트코인이 국가 밖 자금이동 수단(Vehicle)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의장은 많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기회주의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투자로 이익을 극대화한 후 법정통화로 환전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수의 사람이 ‘비공식’ 암호화폐 송금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로 인해 대다수 베네수엘라 투자자들이 국제 은행 시스템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