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자가 암호화폐 규제 강화 의사를 드러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개리 겐슬러(Gary Gensler)는 2021년 3월 2일(이하 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가 진행한 인준 청문회에 참석해 암호화폐 시장 사기와 조작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언했다.
개리 겐슬러는 암호화폐 규제 접근 방안을 묻는 셰로드 브라운(Sherrod Brown) 의원의 질문에 대해 "자본 형성 및 투자자 보호 원칙을 지키고 기술 중립적 입장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겐슬러 지명자는 "암호화폐가 저렴한 국내외 결제를 지원할 수 있으며 재무 계획과 금융 포괄성(Financial Inclusion)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혁신의 촉매제'로 의료 기록, 무역 금융, 데이터 수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평했다.
최우선 원칙 '투자자 보호'
겐슬러는 MIT 대학에서 암호화폐·블록체인 관련 강의를 제공했던 업계 친화적 인물로 알려져있다. 동시에 공직에 있을 당시 파생상품 규제 수립을 주도한 규제 찬성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새롭게 발생한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며 혁신 장려와 규제 강화 사이의 균형을 강조했다.
SEC 위원장 지명자는 "새로운 혁신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투자자 보호를 보장할 수 있도록 동료 위원들과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증권법이 적용되는 대상인지 검토하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적용할 구체적인 투자자 보호법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 등을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개리 겐슬러 지명자는 "어떤 대상이 투자계약이라면 SEC가 관할하고 '비트코인(BTC)' 같은 상품(commodity)이라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관할한다. 의회가 감독 방안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리 겐슬러 지명자는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기술과 시장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SEC가 관련 지침과 명확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보호 관련 사안으로 암호화폐 수탁,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 허가 기관의 단독 통제권 보장 등을 언급했다. 시장 사기·조작 문제에도 적극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로 해외에서 운영되는 일부 시장은 사기와 스캠이 만연하다"면서 "SEC는 암호화폐 시장이 부정행위와 조작에서 자유롭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스톱' 사태도 조사
개리 겐슬러 지명자는 SEC 2021년 1월 주가 급등락을 야기했던 게임스톱 사태 관련 조사도 예고했다. 개인투자자 세력을 모은 플랫폼 레딧 게시판, 개인 투자자가 많이 이용하는 주식 거래 앱 '로빈후드' 등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스톱 사태'는 게임스톱 주가 하락을 조장하는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개미들이 주식을 대거 매입해 주가를 끌어 올린 사건이다. 로빈후드는 게임스톱 사태에 폭등한 일부 종목의 매수를 임의 차단하며 공매도 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움직임을 취해 논란이 됐다.
겐슬러 지명자는 "거래를 독려하는 무료 앱의 영향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증권 플랫폼의 투자자 유인 수법이나 기타 부적절한 시세 조작 여부를 면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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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겐슬러는 누구?
게리 젠슬러는 전 CFTC 위원장을 지낸 정부 기관과 금융 부문 전문가다. 클린턴 정부 시절 재부무를 거쳐 버락 오바마 정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지냈다. 파생상품 규제를 강화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2020년 11월 10일 게리 젠슬러를 경제정책 인수위의 수장으로 선택했다. 2021년 1월 18일에는 SEC 신임 위원장으로 공식 지명했다.
갠슬러 지명자는 블록체인와 암호화폐 친화적인 인사로 알려져있다. 2018년부터 MIT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강의했다. 당시 그는 "암호화폐 기술은 본질적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면서 관련 산업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밝혔다. 리플, 이더리움, 리브라에 대해서는 '증권'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SEC 위원장 교체, 암호화폐 산업에 미칠 영향은?
암호화폐 업계는 차기 SEC 위원장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SEC는 암호화폐공개(ICO),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암호화폐 기업 상장 등 주요 부문에서 많은 힘을 행사하고 있다. 미래 암호화폐 규제에 미칠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오스(EOS) 개발사 블록원, 텔레그램 같은 대형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비롯해 수많은 ICO에 제동을 걸며 '암호화폐 혁신가들의 블랙홀'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업계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진 개리 겐슬러가 SEC 위원장이 되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나 리플 소송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제이크 체르빈스키 컴파운드 법률고문은 2021년 1월 13일 "개리 겐슬러는 암호화폐를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수년 간 비트코인을 강력히 지지해왔다"면서 "정책이 비트코인 ETF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SEC와 증권법 위반 소송을 벌이고 있는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CEO도 "미국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혁신의 길을 밝히기 위해 SEC 책임자들, 더 넓게는 바이든 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ETF 승인을 반대해온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 리플 소송을 주도해온 마크 버거 SEC 집행국장 대행 등은 기관을 떠난 상태다.
리플 측은 2021년 2월 15일 법원에 SEC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힌 공동 서한에서 "이번 합의 논의는 주로 트럼프 정부 당시 재임했던 부서장들과 진행된 것"이라며 조직 개편 후 SEC와의 협력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개리 겐슬러 임명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 은행 위원회는 이번 지명에 대해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인준을 막을 만한 저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