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준비통화? 케냐는 ‘된다’ 유럽은 ‘안 된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비트코인을 중앙은행의 준비통화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발언한 당일 케냐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준비통화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국가 상황에 따라 비트코인을 바라보는 관점 차가 확연히 드러났다.

2021년 2월 11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0일 이코노미스트와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준비통화로 보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발언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비트코인을 실제 통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보유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럽중앙銀 "비트코인, 제재 필요한 투기 자산"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이전부터 비트코인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왔다. 1월에도 투기성이 짙은 비트코인이 자금세탁에 사용되고 있으며 관련해 우스꽝스러운 사업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ECB는 코로나19로 인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새로운 디지털 결제 방안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CB는 2020년부터 디지털유로를 검토해왔고 올해 안으로 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케냐 중앙銀 "비트코인, 유일한 금융 해결책"

케냐 중앙은행은 심각한 자국내 금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준비통화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간) 데일리뉴스아레나에 따르면 패트릭 죠로지(Patrick Njoroge) 케냐 중앙은행 총재는 "비트코인 전환은 전략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외환 보유액 부족과 화폐 유통 가속화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주권을 위협하는 착취적 대출에서 케냐를 보호하기 위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케냐의 법정통화인 실링의 가치는 10여 년 동안 달러 대비 50%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 1년 동안에만 10%대 가치 하락이 발생했다.

죠로지 총재는 "실링은 IMF의 샌드백이었다"며 실링 하락을 일으킨 주범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을 지목했다. IMF가 항상 실링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주장해 실링 가치에 큰 압력을 가했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케냐 중앙은행 총재는 "IMF 기분에 따라 케냐는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면서 "비트코인을 통해 이 문제를 종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통해 늘어나는 환차손을 해결하고 국가부채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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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채택, 개인·기업에서 정부까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기업들도 현금보다 나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채택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시작으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까지 현금성 자산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했다. 글로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트위터도 대차대조표에 비트코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냐 이전에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을 준비통화로 채택한 사례는 없었다. 케냐 경제학자이자 빈곤 문제 전문가인 미흐르 타크르(Mihr Thakr)는 "정부가 (비트코인 전환에) 뛰어들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많은 정부들이 케냐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개발도상국들은 암호화폐를 수입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빈곤국을 희생시키고 선진국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