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당국인 통화감독청(OCC)가 시중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의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할 수 있도록 공식 허용했다.
21일(현지시간) OCC가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당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이를 뒷받침하는 자산을 은행에 맡기기 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경우 은행이 스테이블코인 지급준비금을 보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치를 법정통화에 일정한 비율로 연동되게 만든 암호화폐를 말한다. 기존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줄이고 실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달러와 1:1로 가치를 연동한 테더(USDT), 아직 출시되지 않은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가 여기서 속한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이 최근 인기를 얻으면서 각국 금융당국은 자국의 법정통화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경에 관계없이 쉽게 환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자금세탁에 대한 당국의 우려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OCC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지침을 마련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스테이블코인 사업자를 고객으로 끌어들여 기술이 가져다주는 금융 혁신성은 수용하면서도,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등 통화 관련 리스크를 낮춰 시중은행들이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OCC 발표에 따르면, 미 시중은행들은 각종 스테이블코인의 지급준비금을 보유할 수 있다. 다만 테더와 같이 법정통화와 가치가 1: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의 지급준비금만 취급이 허용된다. 지난해 6월 공개된 초기 리브라와 같이 통화 바스켓을 활용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취급 범위에서 제외된다.
또 계좌 잔고가 매일 발행되는 스테이블코인의 총량과 같거나 큰 사업자로 한정했다. 아울러 은행은 사업자를 식별·검증하고,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가 관련 법률과 규제를 준수하고 있는지 실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지급준비금을 넘어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등의 부실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브라이언 브룩스 OCC 감사원장 대행은 "현재 국내 은행은 매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안전하고 건전하게 고객에게 스테이블코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 확실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현재 OCC는 코인베이스 전 수석법무책임자를 역임했던 브라이언 브룩스가 지난 4월 기관에 합류하면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확실한 규제 틀 안으로 이끌어 기존 금융 업계와 암호화폐 업계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OCC는 시중은행들에 암호화폐 커스터디(수탁)를 허용했다. 또 주 단위의 허가제를 연방 단위의 허가제로 확대 관리하는 개혁안을 제시해 핀테크 산업의 빠른 금융 분야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