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상황이 닷컴 사태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영국 외환거래 플랫폼 마케츠닷컴(Markets.com)의 수석 경제분석가 네일 윌슨(Neil Wilson)은 "암호화폐 시장 가치가 80%가량 하락해, 78%의 손실을 보인 닷컴 사태보다 상황이 나쁘다"고 평가했다.
닷컴 사태는 1995~2000년 인터넷 기술이 등장하며 급격히 상승했던 관련 주가가 결국 폭락과 기업 도산으로 이어졌던 시기를 말한다.
MVIS 크립토컴페어 디지털자산 10 인덱스(CryptoCompare Digital Assets 10 Index)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은 지난 1월 최고 수준에서 80% 가까이 무너졌으며, 이는 2000년 닷컴 붕괴로 최고점에서 최저점으로 78%의 하락을 겪은 나스닥 종합지수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버블 시대 투자자들처럼 잠재적 혁신기술에 투자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알트코인 투자는 경우가 더 심하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 되고, 암호화폐가 금융산업부터 식품산업까지 다양한 업계 양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는 보안 문제, 시장 조작, 규제 강화, 느린 기관 투자 참여에 대한 염려와 조바심으로 바뀌고 있다.
윌슨 분석가는 현 상황을 "많은 사람이 경고했던 대로 암호화폐 시장에 상당한 투기 거품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암호화폐 시장은 일부만 큰 수익을 내고,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승자독식 구조라고 지적하면서, "암호화폐로 세금을 납부할 때까지는 투자 수단으로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나스닥 종합지수가 15년 뒤 상한을 쳤다는 사실과 인터넷이 사회에 미친 영향, 가격을 극적으로 회복했던 선례들을 강조하며 기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더리움의 공동설립자이자 컨센시스의 CEO인 조셉 루빈은 가격 하락 현상에 대해 "암호화폐 산업계가 쌓아온 튼튼한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지지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블록체인 시장은 거품이고, 닷컴 시대과 비슷한 비율로 파산 기업들이 생길 것"이지만, "고위험성 투자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더한 바 있다.
영국의 워릭경영대학원 다니엘레 비안키 조교수도 암호화폐 시장이 '닷컴버블' 현상과 유사하다고 언급하면서, "수많은 암호화폐 중 극소수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투자자로서는 차세대 '아마존(Amazon)'을 찾는 일"이라고 전했다.
하이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