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의 스팀잇 인수를 앞두고 네트워크 운영을 둘러싼 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스팀 블록체인에서는 저스틴 선 트론 CEO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소프트포크가 실시된 반면, 트론 측은 대형 거래소의 투표 영향력을 이용해 스팀잇 증인들을 상위 20위 권에 배치시켰다.
사건은 트론이 스팀잇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시점에서부터 시작됐다. 트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트론재단과 스팀잇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내용은 스팀잇 서비스와 스팀 블록체인 기반 디앱(DApp)들을 트론 블록체인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이었다. 스팀 기반 토큰도 트론 기반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양사의 제휴가 단순 업무협약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스팀잇 설립자인 네드 스캇은 트위터를 통해 "스팀잇을 저스틴 선에게 매각했다"고 언급, 스팀이 트론에 인수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후 저스틴 선 트론 CEO도 이를 인정하며 스팀잇을 인수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저스틴 선 CEO는 스팀잇 커뮤니티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트론(TRX), 트론기반 토큰(TRC10, TRC20)을 연결하는 일부터 마케팅, 가입 방식 단순화 등 스팀잇을 위해 해야할 일이 많다"며 "메이저 거래소에 스팀을 상장시키고 미디엄과 레딧의 중간 형태로 플랫폼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스팀 증인들, 저스틴 선 영향력 제한하기 위해 소프트포크 단행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스팀 네트워크는 크게 반발했다. 스팀 네트워크의 증인들은 저스틴 선이 자신이 가진 지분을 토대로 기존 네트워크 운영 방식을 파괴하고 혼란을 줄 것으로 예상, 이를 제한하기 위한 소프트포크를 실시했다. 소프트포크의 내용은 네트워크의 현상 유지를 위한 임시 보호 프로토콜 업데이트였다. 스팀은 위임지분증명(DPoS)이라는 합의구조를 가지고 있다.
위임지분증명(DPoS)에서는 네트워크 참여자들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암호화폐 보유량에 비례한 투표권을 행사해 대표자를 선정하게 된다. 이렇게 선출된 대표자들끼리 합의해 네트워크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합의 알고리즘이다. 스팀은 선출된 대표자를 '증인'이라고 부른다. 국민의 대표로 의원을 뽑아 의회를 구성하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와 유사한 방식이다.
저스틴 선, 거래소 동원해 증인 교체 후 하드포크
하지만 이후 증인들의 소프트포크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될 수 있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이낸스, 후오비, 폴로닉스 등의 대형 거래소는 거래소가 보유한 암호화폐 보유량을 바탕으로 기존 증인들을 물갈이하며 새로운 인물들을 상위 20위권에 진입시키고 하드포크를 단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저스틴 선 CEO가 거래소들에 뇌물을 주고 거래소를 동원해 네트워크를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저스틴 선 CEO는 해당 조치가 해커들이 스팀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것에 맞서기 위한 임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저스틴 선 CEO는 트위터를 통해 "2월 22일 해커가 6,500만 스팀(STEEM)을 동결시켰고, 기존 스팀을 무효화하겠다고 협박했다"면서 "이는 모든 스팀 홀더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어 스팀 블록체인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 네트워크를 제어해야 했다"며 "해커가 더 이상 스팀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면 가능한 빨리 투표권을 커뮤니티에 돌려줄 것이고, 모든 거래소 투표도 곧 철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연관돼 있는 바이낸스 거래소의 창펑자오 CEO는 "투표를 철회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문제가 있어 이번 일이 벌어졌다"며 "바이낸스는 특정 체인 거버넌스에 관심이 없고, 앞으로도 정상적인 업그레이드와 하드포크는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