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 테드 크루즈(Ted Cruz) 의원이 연방준비제도(Fed)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 3월 6일 톰 에머(Tom Emmer) 하원의원이 하원에 재상정한 ‘CBDC 감시국가 차단법’과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어 상·하원에서의 *동시 추진*이 시작된 셈이다.
크루즈 의원이 3월 26일 제출한 이번 ‘반(反)CBDC 감시국가법안’은 연준이 개인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해, 사실상 미국 내 CBDC 발행을 차단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법안은 또한 ‘미국의 화폐 및 동전 수준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유지하면서, 개방적이며 허가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달러 기반 디지털 화폐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연준은 2020년부터 디지털 달러 연구에 본격 착수했으며, 현재도 최소 4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기조에도 불구하고 크루즈는 2022년부터 줄곧 CBDC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당시에도 직접 소비자 대상 CBDC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2023년과 올해에도 반복적으로 유사한 법안을 제출했다. 올해에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CBDC 추진 시도를 저지하려는 시도도 병행했다.
에머 의원 역시 CBDC의 기본 기술이 ‘미국적이지 않다’며 비판했다. 그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CBDC는 선출되지 않은 관료에게 통화 발행 권한을 넘기는 위험한 행위”라며 “이는 미국식 자유 시장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CBDC에 대한 비판 여론은 미국 내에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반대자들은 디지털 화폐가 개인정보 침해 및 국가의 과도한 통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해 노스캐롤라이나 주 상원은 최근 주지사의 거부권을 무효화하고 CBDC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CBDC 발행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는 지난 1월 “미국 내에서 절대 CBDC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단언했고, 연준의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 또한 “자신이 의장직에 있는 동안 연준은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는 여전히 CBDC 설계 및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은 디지털 셰켈의 초안 설계를 발표했고, 이란도 조만간 CBDC를 출시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는 디지털 유로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
CBDC가 이론적으로 금융시장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존재하는 만큼, 향후에도 그 도입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정치권에서는 CBDC가 경제 시스템 중앙집중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