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의 필립 레인(Philip Lane)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 코크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디지털 유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이는 유럽의 통화·금융 주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유로는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유로존 내 교환 수단으로 자리잡는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레인은 유럽 내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 시장은 대체로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한 현재 유럽은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페이팔(PayPal), 애플(Apple), 구글(Google)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결제 인프라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립적 결제 수단으로서 디지털 유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화 연합의 경우, 외부 의존적인 결제 시스템과 내부적 단절을 극복하기 위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당위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ECB는 지난 2021년부터 디지털 유로 개발에 착수했으며, 오는 10월까지 준비 단계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같은 날 ECB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역시 브뤼셀 의회에서 "유럽은 소매·도매 버전 디지털 유로 개발을 가속화해야 하며, 이는 금융 주권 강화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올해 들어 ECB가 디지털 유로 도입을 공식적으로 강조한 세 번째 사례다. 지난 17일에는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François Villeroy de Galhau) 이사회 위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암호화폐 정책이 글로벌 금융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유럽의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이 비은행 금융과 암호화폐 확장을 무분별하게 추진할 경우, 규제 사각지대가 유럽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ECB 집행이사 피에로 치폴로네(Piero Cipollone)가 디지털 유로 도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테이블코인 중심 행정명령을 언급하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수익과 고객 관계를 위협하고 있으며, 이들 자산이 전통 금융 시스템을 잠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폴로네는 디지털 유로가 이러한 위협을 상쇄하고, 통화 정책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