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증권법 도입 이후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일한 전자등록기관 역할을 맡아왔지만, 비상장 주식 전문 전자등록업체가 새롭게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탁결제원은 이에 대비해 복수 전자등록기관 체제와 토큰증권 도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하며 전략 마련에 나섰다.
증권 전자등록업은 주식 등의 디지털 원본을 보관해 증권이 투명하고 안정적으로 사고 팔릴 수 있게 지원하는 '기반'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2019년 전자증권법이 도입되며 허가제로 민간에 개방됐지만, 지금껏 신청자가 없어 한국예탁결제원이 유일한 전자등록기관 역할을 맡아 왔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은 최근 "신규 전자등록기관의 출현이 가시화하며 새 경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전략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예탁결제원은 용역 제안요청서에서 "최근 벤처기업 등 비상장기업에 특화한 전자등록기관을 목표로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인 회사가 존재한다"며 "해외의 복수 등록기관 사례를 분석하고 복수 기관이 상호 운용성을 어떻게 구현할지, 토큰증권 도입 시의 보완점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이 언급한 회사는 증권 관리 서비스 업체인 '쿼타랩'으로, 출자자들을 모아 전자등록업 자회사를 만들고 금융위원회에 허가 신청을 하는 계획을 현재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 같은 신생 비상장사는 금융 업무 미숙 등 이유로 증권 전자등록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적잖은데, 이런 업체들에 서비스 문턱을 낮춰 비상장주식의 유통을 더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쿼타랩 측의 포부다.
예탁결제원은 제안요청서에서 이런 비상장주식 전문 전자등록기관이 풀어야 할 시장 현안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해당 전문 기관의 등장이 가져다줄 선(善)효과에 대해서도 분석하겠다고 전했다.
증권 관련 서비스는 한국 자본 시장이 성장하면서 복수 경쟁 체제가 빠르게 도입되는 추세다.
이번 달 4일에는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개장하면서 70년 가깝게 유지됐던 한국거래소(KRX) 독점 구도가 깨졌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전자등록업이 어떻게 다변화하고 진화할지, 그 속에서 우리가 더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커졌다. 이번 연구용역은 이런 이슈를 미리 체계적으로 정리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