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방위 기술 분야에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러시아가 군사력을 재건하는 데 최소 2년에서 최대 8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자국 방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유럽의 국방 예산은 1990년대 대비 30% 이상 감소했고, 방위 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미국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방위 기술 혁신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방위 기술 개발을 위한 플랫폼 ‘브레이브1(BRAVE1)’을 출범시키며 군사 및 민간 기술 기업들의 협업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의 드론 기술을 선도하며, 관련 스타트업들이 유럽 및 서방의 투자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유럽 벤처캐피털(VC) 투자사 락스타(Lakestar)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유럽 방위 기술 분야에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 이상의 벤처 투자가 이뤄졌으며, 이는 2018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독일,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관련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NATO도 10억 유로(약 1조 4,400억 원) 규모의 ‘NATO 혁신 펀드’를 조성하며 방위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유럽이 군사력 강화를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락스타의 창립자 클라우스 홈멜스는 “유럽이 신속하게 국방 분야 투자를 확대하지 않으면, 자주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며, 방위 기술 혁신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기류 속에서 실리콘밸리 및 유럽 VC들은 방위 기술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포티파이 공동 창업자 다니엘 에크가 투자한 헬싱(Helsing)을 비롯해 드론,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 기반 군사 기술을 개발하는 수십 개의 스타트업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유럽이 강력한 방위 기술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나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실시간으로 시험하며 발전시키는 기술들이 미래 방위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유럽 방위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