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수장으로 임명한 러셀 보트가 취임 직후 CFPB의 자금 조달을 중단하고 감독 활동을 정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보트 국장은 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CFPB가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추가 예산을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보유 중인 7억1,160만 달러(약 1조 320억 원)의 예산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자금이 현시점에서 기관 운영을 계속하기에 '합리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CFPB는 금융사 및 송금 업체들이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불공정 거래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소비자 민원을 처리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그동안 암호화폐 업계와 마찰을 빚은 바 있으며, 2023년에는 암호화폐 지갑 제공업체 감독 방안을 검토했으나 업계 반발 속에서 철회했다.
이번 조치는 CFPB뿐만 아니라 금융 규제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보트 국장이 내부 메모를 통해 직원들에게 "모든 감독 및 조사 활동을 즉시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도했다. 또한 새로운 조사 개시와 규정, 가이드라인 발표를 금지하는 등 기관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켰다고 전했다. 일부 보고서에 따르면 CFPB 직원들은 금주 사무실 출근이 금지됐으며,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FPB는 기존에 의회 예산이 아닌 Fed를 통해 직접 예산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그러나 보트 국장은 이를 "책임성 부족의 원인"이라고 비판하며 재정 지원을 차단했다. 그는 현재 백악관 관리예산국(OMB) 국장 직도 겸하며 2월 7일 CFPB 수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이 같은 조치는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반응을 낳고 있다. 금융 규제 감시 단체 '베터 마켓'(Better Markets)의 공동 창립자 데니스 캘러허는 트럼프 대통령이 CFPB를 사실상 해체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자신을 지지한 미국인들을 금융권의 먹잇감으로 내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금융 규제 완화 정책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암호화폐 업계에도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CFPB의 기능 축소가 결국 암호화폐 기업들에 대한 감독 완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