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보수적인 연금펀드, 압도적인 수익률에 암호화폐 투자 고심"

미국 암호화폐 현물 ETF 출시 이후 보수적인 금융 부문인 '연금펀드'가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가 보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해 비트코인이 두 배 이상 상승하고 10만 달러에 도달하면서 보수적인 연금펀드의 관심을 자극했다"면서 "암호화폐의 잠재 수익률을 간과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금펀드는 대부분 작년 1월 규제 승인을 받은 미국 암호화폐 현물 ETF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 주와 미시간 주의 연금펀드는 미국 암호화폐 ETF에 투자하며 대형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규제 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위스콘신주 투자위원회는 블랙록 비트코인 현물 ETF의 12대 주주이다. 해당 분기 이후 ETF는 50% 상승해, 현재 가치가 약 1억5500만 달러에 달한다.

미시간주는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ETF의 6대 주주로, 11월 기준 1290만 달러 상당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아크·21셰어스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11번째로 큰 보유 기관이다. 해당 ETF는 선거 이후 14% 상승했다.

영국과 호주 연금펀드 부문도 연계 상품을 통해 비트코인 투자를 탐색하고 있다. 친암호화폐 성향의 미국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금펀드의 암호화폐 채택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영국 연금펀드에 자문을 제공하는 머서(Mercer)의 컨설턴트 매트 스콧은 "미국 선거 이후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놓친 인기 자산이 있다는 사실을 불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이 ETF 기초자산이 되고 10만 달러를 달성하면서 2년 전 산업 붕괴가 만든 불신과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

지난 2022년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펀드는 FTX 투자로 9500만 달러를, 캐나다 2대 연금펀드 퀘벡예금투자위원회는 셀시우스 투자로 1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었다.

스위스 암호화폐 ETP 업체 '21셰어스'의 영국·이스라엘 책임자 알렉스 폴락은 "당시의 역풍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기관 채택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연금 컨설팅업체 카트라이트는 처음 비트코인 관련 자문을 제공, 5000만 파운드 규모의 소형 연금펀드의 비트코인 할당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금펀드는 높은 수익률을 통한 자금 상황 개선을 기대하면서 ETF가 아닌 비트코인에 150만 파운드 상당을 직접 배분했다.

카트라이트의 투자 컨설팅 이사 샘 로버츠는 "연금펀드는 느리게 움직이는 산업"이라면서도 "올해는 연금펀드가 더 많은 암호화폐 할당을 결정하는 매우 흥미로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두 개의 '다수 기업주(multiemployer)' 연금펀드가 경쟁 상품으로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암호화폐 투자가 가능한 펀드 출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로버츠 이사는 "많은 이용자들이 암호화폐 투자가 가능한 펀드를 선택할 것이고, 이러한 연금펀드들은 선점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의 연금펀드 운용사 AMP도 수익 개선을 위해 비트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AMP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스티브 플레그는 "올해 비트코인 선물에 소규모 할당을 진행했다"면서 "암호화폐는 위험하고 아직 완전히 입증되지 않았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커졌고 잠재력도 너무 크다"고 말했다.

아직 암호화폐에 투자 노출하는 연금펀드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다. 대부분은 암호화폐 투자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12월 미국 회계감사국은 퇴직연금에서 투자 가능한 69개 암호화폐 투자 옵션을 확인하고,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경고한 바 있다.

에이온의 글로벌 투자 부문 파트너 다니엘 피터스는 "연금펀드가 암호화폐에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암호화폐는 변동성이 매우 높고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견고한 평가 틀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금펀드가 암호화폐에 노출하기 위한 더 나은 방법은 자산군에 대한 전문성과 기술을 가진 헤지펀드를 통하는 것이라면서 "전문 운용사를 통한 배분이 아닌 한, 암호화폐가 연금펀드 전략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