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소법원, SEC에 "암호화폐 입장 변덕스러워...규제 명확화 거부 이유 설명해야"

미국 법원은 증권당국이 업계의 암호화폐 규제 명확화 요구를 거부한 사유를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3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제3순회항소법원은 "SEC는 암호화폐 증권성 평가 규정을 만들어달라는 코인베이스의 공식 요청을 거부한 것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코인베이스의 청원을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더 충분한 설명을 위해 SEC에 환송한다"면서 기관에 규칙 마련을 강제하진 않지만, '규칙을 만들지 않기로 한 당국 결정'에 대해 설명하도록 명령했다.

이어 "통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새로운 규칙이 필요한 것은 아닐 수 있다"면서 "기관은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부실한 설명을 많이 제공한 만큼 다른 빈약한 설명을 더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판사 3인은 "SEC의 (규정 작성 거부) 결정은 결론만 있고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서 "당국 입장이 자의적이고 변덕스럽다(arbitrary and capricious)"고 꼬집었다.

SEC는 작년 D.C.순회항소법원에서도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에 대한 반려 조치와 관련해 동일한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한 판사는 SEC가 집행을 통한 규제로 사실상 암호화폐를 금지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SEC가 암호화폐 금지 규칙을 공표하면 확실히 법적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집행을 통한 사실상의 금지를 추구하여 규칙 제정 과정을 회피해온 것"이라면서 "SEC의 임무는 공정하고 질서 있고 효율적인 시장 유지인 만큼 (금지 규제를 만들 경우) 신흥기술에 대한 금지 권한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SEC는 코인베이스와의 법정 공방에서 두 번이나 거래소에 패배했다. 지난 7일 뉴욕남부지방법원은 제2순회항소법원에 중간항소를 제기하기 위해 제출한 코인베이스의 가처분신청을 인용, 진행 중이던 SEC의 소송을 일시 중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SEC 대변인은 "법원 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적절하게 다음 단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코인베이스의 폴 그레왈 법무책임자는 X(트위터)에 "우리는 법원의 신중한 고려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법정 판결을 통해 SEC의 새로운 지도부가 보다 수월하게 암호화폐 친화적 기조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EC 위원장 지명자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은 이 같은 법원 명령을 활용해, SEC의 암호화폐 접근방식 변화를 알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 산업에 대해 집행을 통한 규제로 일관했던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1월 20일 사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