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NFT의 법적 성격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6월 10일 'NFT의 가상자산 판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제기되었던 NFT 관련 쟁점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입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NFT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NFT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NFT 투자를 고려 중인 이들은 가이드라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자신의 NFT가 어떤 법적 성격을 갖는지 면밀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NFT의 법적 성격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해당 NFT가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증권은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그 실질에 따라 판단된다. 따라서 NFT의 명칭이나 형식보다는 그 경제적 실질, 즉 NFT 투자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NFT 발행자는 NFT의 발행 및 유통 구조, 홍보・마케팅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증권 해당 여부를 자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NFT가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다음으로 가상자산인지 여부를 판별해야 한다. 가상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를 말한다. 다만 가상자산이라 하더라도 게임 머니나 게임 아이템처럼 특정 법률에서 별도로 규율하는 것들은 제외된다. 한편 가상자산 해당 여부는 NFT의 기술적 기반이나 명칭과는 무관하게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금융위는 단순 수집용이나 거래 증명용 NFT 등은 가상자산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량의 동일・유사 NFT가 발행되어 상호 교환 가능한 경우 ▲개별 NFT의 가격이 아닌 동종・유사 NFT 시세에 따른 차익을 노린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 ▲NFT가 분할 가능해 고유성이 훼손되는 경우 ▲NFT가 특정 재화・서비스 구매 시 지급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 등에는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기존의 NFT 관련 논의를 원론적으로 정리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NFT의 본질적 특징은 대체 불가능성에 있다. 반면 가상자산은 동질적인 자산이 상호 교환되는 것이 특징이며,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 대상이 된다. 따라서 어떤 NFT가 명확한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면, 비록 다른 가상자산과의 교환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가상자산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NFT뿐만 아니라 여타 자산도 가상자산과 교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금융위가 제시한 NFT의 가상자산 해당 기준 중 '불특정인 간 가상자산 교환 가능성'이나 '가상자산 연계 재화・서비스 구매 가능성'은 해당 NFT가 사실상 일반 가상자산과 동일하게 유통되는 경우로 한정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NFT를 단순히 지급수단으로 활용해 재화를 취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NFT 소유 자체가 특정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할 경우, NFT를 유통하는 플랫폼은 가상자산사업자 규제를 받을 수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해야 하며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NFT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NFT의 법적 성격을 면밀히 검토하고, 가상자산사업자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가상자산사업자로 인정될 경우, 신고는 물론 자금세탁방지 절차 마련, 고객확인의무 수행 등 관련 규제를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의 이번 가이드라인은 NFT 시장에서의 법적 불확실성과 규제 공백을 해소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다만 NFT의 법적 성격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고려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NFT의 실질과 시장에서의 기능, 이용자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이고 유연한 판단 기준이 정립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시장 건전성과 이용자 보호라는 규제 목적을 추구하되, 새롭고 혁신적인 NFT 비즈니스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 주요국의 규제 동향 파악, 기술 발전 추이에 대한 면밀한 분석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NFT에 관한 규제 체계가 시장의 역동성과 조화를 이루며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전문가 집단 간 협업과 지혜 결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NFT의 혁신과 투자자 보호, 기술 발전과 건전한 시장질서 간 균형점을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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