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Web)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정보 공간
웹의 정의는 생소하지만 우리는 손쉬운 클릭으로 웹을 종횡무진하며 온라인 세상을 누리고 있다.
웹은 1990년경 인터넷에서 정보를 효과적으로 공유·검색하기 위한 인터넷 서비스로 등장했다.
초기 웹은 웹 운영자가 정보를 올리면 사용자는 정보를 ‘읽기’만 하는 구조였다. 웹 운영자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수동적으로 주어진 정보를 접하는 ‘읽기 전용’ 웹, ‘웹1.0’이다.
2005년 일반 사용자가 정보를 제공하고 반응하는 ‘소통’ 가능한 소셜 웹, ‘웹 2.0’ 시대가 열렸다. 많이 사용하는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떠올려보면 알겠지만 현재는 웹 운영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도 웹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웹 2.0은 사용자에게 ‘쓰기’ 권한을 넘기고 웹 1.0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한 인터넷 시대를 맞았다.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던 사용자가 직접 정보를 생산하면서 인터넷 상의 정보와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수십억 사용자가 활동할 수 있는 유용하고 편리한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한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은 막강한 인터넷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웹1.0 Read-Only(읽기 전용) |
웹2.0 Read-Write(읽기, 쓰기) |
웹3.0 Read-Write-Own(읽기, 쓰기, 소유하기) |
웹은 이제 사용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다음 발전 단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된 점이 웹 2.0의 한계로 지적되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은 플랫폼에 들어온 사용자의 개인정보와 콘텐츠에 대한 권한을 가지며 이를 수익화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정작 정보를 생산·제공하며 플랫폼 가치를 높인 사용자는 가치 공유 측면에서 배제되고 있다.
콘텐츠 통제와 검열, 폐쇄적인 웹 환경, 일방적인 이용 규칙 변경, 중앙 서버에서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웹 2.0의 중앙집중화로 인한 문제로 지적된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투자사 ‘안드레센호로위츠(a16z)’는 보고서를 통해 웹 2.0과 웹 3.0 플랫폼 간 사용자 수익 격차를 밝혔다.
페이스북(~100%), 애플 앱스토어(~30%), 유튜브(~45%) 등 대형 플랫폼은 가치의 상당 부분을 가져가는 반면 웹 3.0 NFT 플랫폼 ‘오픈씨(OpenSea)’는 2.5%의 적은 수수료를 부과했다.
플랫폼별 크리에이터 평균 수익은 오픈씨가 17만 달러, 스포티파이가 630달러, 유튜브 채널 2.47달러, 페이스북 0.1달러로 추산됐다.
웹 3.0은 웹 2.0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 걸음 더 성장할 다음 단계로 주목받는다.
웹 3.0은 기업에 집중된 권한을 사용자에게 분산시키는 사용자 중심의 인터넷을 지향한다. 읽기, 쓰기를 넘어 사용자가 ‘소유’할 권한을 부여하여 웹 공간을 함께 만든 사용자와 가치를 공유한다.
블록체인은 이런 웹 3.0을 가능하게 할 핵심 기술로 꼽힌다.
미국 투자 은행 골드만삭스는 블록체인의 첫 활용 사례는 암호화폐였지만 1990년대 인터넷을 발전시킨 프로토콜과 웹 언어에 준하는 인터넷 기술 발전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행은 “블록체인은 디지털 대상물을 식별해낼 유일한 기술이며 사용자에게 권한을 분산시켜 중앙 통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면서 “블록체인의 데이터 식별, 소유권 부여, 추적 기능은 웹 3.0에 필수적”이라고 평했다.
a16z의 파트너 크리스 딕슨은 웹 3.0을 ‘토큰 경제 아래 운영자와 사용자가 공동 소유하는 인터넷’으로 정의하면서 “웹 3.0은 블록체인, 암호화폐, 그 작동 원리가 접목된 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웹 3.0을 사용자 중심의 공간이 되게 해줄 구체적인 블록체인 기술 특징과 기능은 다음과 같다.
토큰 경제 블록체인은 정보뿐 아니라 가치를 다룰 수 있는 ‘가치의 인터넷’이라고 불린다.
인터넷에서 이메일과 채팅 메시지를 보내듯 블록체인은 전 세계 누구에게나 금전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토큰 경제 시스템을 개발하면 온라인 결제, 대금 지급, 송금, 보상 지급이 수월해진다.
이로써 사용자가 경제의 주체가 되고, 기업과 주주에게만 돌아가던 가치를 크리에이터, 개발자 같은 일반 사용자와 공유하는 웹 공간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자동화된, 마찰이 적고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더 자유로운 디지털 금융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분산 데이터 블록체인에 기록된 정보는 변경이 불가하기 때문에 무결성을 보장한다.
전 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인터넷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암호화’된 상태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익명성과 보안을 더욱 강화한다. 정보 오용이나 유출, 위변조 우려를 덜어준다.
암호화된 정보는 중앙서버가 아니라 분산 보관된다. 제3자 중앙 관리자가 아니라 정보 소유자 개인이 정보 열람 및 취급 권한을 갖는다. 개인은 데이터를 직접 제어하며 웹에서 더 주체적인 위치를 갖게 된다.
대체불가토큰(NFT) 특정 정보에 식별자(이름)를 부여해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디지털 실체가 되게 한다.
이미지, 음악, 영상, 게임 등 복제 가능했던 디지털 대상물을 유일하고 식별 가능한 대상이 되게 하고, 그에 대한 원본 증명과 소유권 주장, 가치 평가 등을 가능하게 해준다.
사용자는 웹에서 직접 개발한 콘텐츠, 아이템, 공간 등을 식별, 추적, 증명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권리와 파생 가치를 청구할 수 있다.
탈중앙화자율조직(DAO, 다오) 다오는 블록체인 상에서 운영되는 조직이다. 구성원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참여 및 기여에 비례하는 보상을 받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구조다.
다오에서는 토큰이 보상 수단일 뿐 아니라 ‘투표권’으로 사용된다. 구성원은 투표권을 행사해 운영 목적과 추진 방안, 운영 규칙 등을 함께 결정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운영도 보장된다. 중앙화된 조직보다 더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조직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웹 3.0 전환에 속도 내는 ‘미디어’ 산업
웹 3.0 전환은 모든 산업 지형과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언론 산업은 현재의 한계를 돌파하고 강화된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웹 3.0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세계를 이해하는 시각과 감각을 형성하는 교육기관’으로 평가될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 웹이라는 새로운 장이 열렸을 때 안주하다가 역할과 입지가 약화된 후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웹 3.0 전환에서 언론의 관심 역시 사용자, 즉 독자이다. 독자에게 더 많은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여 언론과 독자의 유대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언론사와 독자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다.
먼저 관찰자에 머물던 독자가 언론에 반응하고 참여하여 ‘공론의 장’이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을 되살리는 ‘가치’ 있는 행위를 할 때 보상할 수 있다. 기사를 읽고 공유하고 댓글을 남기는 행위에 토큰을 지급해 언론 생태계 안에서 발생하는 가치를 독자와 공유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독자 참여를 높여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면 언론사는 광고 의존도를 낮추고 보다 안정적인 저널리즘 기반 기사 생산 구조 안에 들어갈 수 있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퍼블리시(PUBLISH)’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웹 3.0 기반 언론 생태계 구축과 업계 체질 개선을 위해 설립한 테크 미디어 기업이다.
실용적이고 독자를 존중하는 ‘좋은 뉴스’가 생산되려면 더 나은 언론 환경이 필요했고, 블록체인이 ‘독자 중심의 웹 3.0’ 미래에 걸맞는 기술 해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토큰 지원뿐 아니라 데이터 무결성 증명, 신원 인증, NFT 콘텐츠 개발까지 개인정보와 콘텐츠에 대한 독자 권한을 강화하고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블록체인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전통이 깊은 대형 언론사들이 이러한 블록체인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AP통신은 허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블록체인에 미국 대선 개표 결과를 기록했고, 뉴욕타임즈는 IBM과 언론 보도사진과 영상의 생성 시기·위치, 출처, 편집 방식 같은 메타 데이터를 저장하는 등 기술적으로 신뢰를 보장할 방안을 탐색했다.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창간 100주년을 맞아 ‘타임피스’라는 NFT를 발행했는데, 보유자가 개인정보 입력 없이 타임지 온라인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구독권’이었다. 블록체인을 이용한 혁신적인 구독 모델은 신규 구독자 유치 및 수익 창출 측면에서 톡톡한 효과를 냈다.
포브스, 뉴욕커, 이코노미스트, AP 통신도 표지, 기사, 보도사진 등을 NFT로 발행한 바 있다. 한 뉴욕타임즈 기자는 칼럼을 NFT로 발행해 6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며 언론의 새로운 잠재 수익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언론과 모든 산업, 일상을 바꿀 웹 3.0와 블록체인의 미래는 아직 초기 단계이다. 기술 장벽 없이 누구나 자연스럽게 변화된 웹 3.0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부터 사용자 경험 및 인식 개선까지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온라인 일상이 실제 일상과 같은 비중과 무게를 갖게 되고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 민주적 참여와 공정한 가치 배분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에 웹 3.0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웹 1.0의 개방성과 커뮤니티 정신이 웹 2.0의 현대적이고 고도화된 기능을 만나 사용자가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풍요로운 웹 3.0 시대를 열길 기대해본다.
권성민 퍼블리시(주) 대표
[본 칼럼 또는 기고문은 토큰포스트 기조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