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 "내년 정부 예산 지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와도 협의가 된 상황이며 파일럿 프로그램 진행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진 뒤 실질적인 예산 지출에 활용된다. 다만 어떤 지출 항목에 활용될지는 결정된 바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제재 및 대북제재 차원에서 미국 주도 아래 러시아 관련 암호화폐 산업이 위축되는 가운데 CBDC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미국 재무부는 암호화폐를 통해 러시아 국민의 자금세탁 등을 지원한 업자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전 세계 주요 거래소들도 러시아 법정화폐인 루블 관련 거래를 일제히 차단하고 있다. 바이낸스 세계 최대 거래소는 러시아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며 현지 기업에게 사업을 매각한 바 있다.
물론 러시아의 CBDC 개발 의지는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강조되어 왔다.
지난 9월에는 아나톨리 악사코프 러시아 하원 금융위원장이 은행의 역할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며 블록체인과 CBDC를 강조했으며 8월에는 파일럿 실험이 진행됐다.
해당 파일럿 실험에는 현지 전통 상업 은행 13개가 참여했으며 당초 본격적인 루블화 발행 시기는 2025년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중진국연합체인 브릭스(BRICS) 내에서도 CBDC 활용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브릭스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대표적으로 인구가 많고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안에서의 주도권을 선점해 미국에 대항할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다만 현재까지는 디지털 위안화가 좀 더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과의 거래에서 위안화 CBDC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BDC는 일반적으로 국가 혹은 기업 간 대규모 결제에 활용되는 방안과 소매 분야에서 사용되는 방안으로 나누어진다. 법정 통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중앙정부 및 중앙은행의 관련 영향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의 CBDC 사업은 내부적으로 중장기 프로젝트로 여겨지고 있다. 스테이블이나 암호화폐와도 완전히 분리시킨 철저히 중앙집권적 프로젝트인 셈이다.
엘비나 나비올리나 연방중앙은행(CBR) 총재는 CBDC에 대해 "구현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며 광범위한 테스트 및 인프라 개발이 필요하다"며 "CBDC는 기존 결제 시스템과 공존하며 소비자들에게 거래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맥킨지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은행이 CBDC에 5년 간 투자하는 금액은 35억 달러(한화 약 4조4380억원)으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