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미국 사법 및 감독 당국의 조사 대상으로 거론됐던 바이낸스와 창펑 자오 CEO의 혐의가 표면화되고 이에 대한 합의 처분이 이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불신과 불확실성을 야기한 '악재'로, 다른 한쪽에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점'으로 보며 엇갈린 해석과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바이낸스는 현물 시장의 40%, 파생상품 시장 절반을 점하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다. 2017년 설립돼 500종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를 전 세계 180개국 1억5000만명에 지원해왔다.
21일(현지시간) 법무부는 바이낸스가 무허가 송금, 자금세탁, 국제긴급경제권 위반 등 3가지 범죄 혐의에 대해 인정하고 43억 달러 벌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창펑 자오는 은행비밀법 위반 등 별도의 혐의에 대해 벌금을 내고 바이낸스 CEO에서 물러나기로 합의했다.
업계를 대표하는 플레이어의 범죄 혐의 인정은 산업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하고, 운영과 리더십 변화에 따른 거래소 경쟁력 약화, 막대한 벌금에 따른 재정적 부담, 규제 집행 증가·강화 우려 등을 야기하고 있다. 사상 최대 벌금과 거래소 성장을 이끌었던 창펑 자오 CEO의 사임 등이 향후 시장 약세 및 불확실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시장은 하락 반응하고 있다. 최근 ETF 호재에 상승 흐름을 지켰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현재 3% 이상 하락 중이다. 알트코인 시장은 더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바이낸스 자체 토큰 BNB는 10% 이상 크게 내렸다.
닉 카터 캐슬아일랜드벤처스 파트너는 "바이낸스가 전세계 암호화폐 채택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1억5000만명이 바이낸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 달러,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준 점 등을 언급했다.
다만 플랫폼을 통해 제재 대상 기관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조장한 행위는 매우 나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낸스가 고객신원확인(KYC) 등 조치를 거의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유리했고, 준법 거래소들은 이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불공정한 상황이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일각에선 규제 리스크 폭탄을 해체하고 업계와 당국 간 긴장을 완화시킨 사건을 단순 '악재'로만 볼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나톨리 크라칠로프 니켈디지털애셋매니지먼트 CEO는 로이터에 많은 암호화폐 투자자 및 업계 리더들은 이번 합의를 긍정적인 발전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40억 달러의 합의금은 바이낸스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수이 청 CF벤치마크 CEO는 이번 합의가 바이낸스의 갑작스러운 붕괴가 야기할 수 있는 시장 위험을 제거했다고 봤다. 그는 "하루 아침에 바이낸스가 사라지는 것이 암호화폐 시장의 잠재적인 시스템 리스크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합의가 이뤄지면 이런 위험이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바이낸스의 모든 변화가 질서정연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언 셀키스 메사리 CEO도 "법무부와 합의함으로써 거래소가 가진 리스크를 해소했다"고 평했다. 그는 "바이낸스의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요인 해소)는 암호화폐 업계가 가질 수 있는 최대 촉매제"라면서 "40억 달러의 합의 이후 암호화폐는 진정한 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면서 내년 ETF 및 암호화폐 규제 승인을 전망했다.
합의 소식 하루 전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CEO는 "바이낸스가 규제 당국과 합의한다면 매우 낙관적일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합의가 이뤄지고 업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건전하고 신뢰할 만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철저한 규제 이행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은 전반적인 준법 수준 개선이 더욱 성숙하고 안정적인 산업 성장과 더 넓은 기관 투자자 기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그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규제를 이행하면서 다른 회사만큼 발빠르게 움직이지 못했지만, 이번 사태는 (규제 이행이라는) 어려운 선택을 했던 것이 결국 올바른 접근 방식이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시작할 기회를 얻은 것"이라면서 "미국인은 비규제 해외 거래소에 갈 필요가 없도록 산업은 미국에서 미국 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보겔 비트소 공동 설립자는 디크립트에 "업계 격동의 시기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면서 "규정 준수 노력과 선제적인 규제 접근 방식을 통해 차별성을 갖춰 신뢰를 얻고 지역의 암호화폐 채택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 그루월 코인베이스 최고법률책임자(CLO)는 트위터(X)를 통해 이 같은 사태에도 암호화폐 산업이 굳건히 남아 있을 것이라면서도 "암호화폐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소비자가 국내 암호화폐 서비스를 안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 집행을 통한 규제는 소비자 위험을 증가시켰을 뿐이며 고객과 혁신을 해외로 몰아냈다"면서 "미국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고 책임 있는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입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스튜어트 알데로티 리플 최고법률책임자(CLO)는 "바이낸스의 문제 해결은 암호화폐 산업의 법률 준수 등을 위해 필요한 단계"라고 평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미국 법무부가 '바이낸스가 증권법을 위반했다'거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자산은 증권'이라는 발언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부 결정에 재무부와 CFTC가 합류했지만 SEC는 제외됐다"면서 "SEC가 해외뿐 아니라 미국 정부 안에서도 아웃라이어(outlier, 열외)로 평가된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글래스노드 데이터를 인용해 바이낸스 거래 활동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시장이 이번 사태를 소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체는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의 사임 소식 이후에도 비트코인 순 포지션 변화는 지난 1월, 7월보다 변동이 적었다"면서 "커뮤니티가 이번 소식을 '사건의 일단락'으로 보고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기회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