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수장은 최근 물가 둔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계속해서 이러한 추세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긴축 작업이 이뤄졌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IMF가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물가와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며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출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 정책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지만, 이 같은 수준을 달성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연준은 작년 3월부터 11차례 금리를 인상하며 1980년 이래 가장 공격적인 통화 긴축을 추진해 제로 수준이었던 금리를 5.25-5.50%까지 올렸다.
이에 작년 상반기 최고조에 달했던 물가는 크게 안정됐다. 작년 6월 9%대였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해 9월 3.7%로 내렸고,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물가도 작년 2월 5.3%에서 9월 3.7%까지 둔화됐다.
파월 의장은 현재 통화 정책이 상당히 제약적인 상태에 와있지만 물가는 연준이 원하는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 진전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물가상승률이 계속해서 2%를 향해 낮아지려면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얼만큼 더 올려야 하는지, 얼마나 오래 높은 금리 수준에서 머물러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 들면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물가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FOMC 기자회견 당시와 마찬가지로 과잉 긴축과 과소 긴축이 어렵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개월의 좋은 데이터에 현혹될 위험과 과잉 긴축 위험을 모두 해소하기 위해 계속해서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와 고용 시장 변화, 국채 수익률 상승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4.9%를 기록한 것에 대해 "대부분 경기침체가 불가피다고 예상했지만 올해 경제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고 평하면서도, 앞으로 몇 분기 동안은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강력한 성장세가 물가 작업을 약화시키는지, 통화 정책 대응을 필요로 할지 기민하게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실업률에 대해서는 "여전히 낮은 편이지만 올 들어 '0.5%p' 상승했다"면서 "이는 일반적으로 경기침체와 관련된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연준 의장은 "공급망 개선이 물가 압력 완화에 도움이 됐지만, 공급망 측면에서의 추가 개선이 물가를 얼만큼 더 개선해줄지는 불분명하다"면서 "앞으로는 총 수요의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긴축 통화 정책이 물가 작업에서 더 큰 비중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파월 발언에 대해 제프리 로치 LPL 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이 내년 금리 인하 전망에 들떠 있는 투자자들에게 경고를 보냈다"면서 "연준은 임무에 충실할 것이고 물가 상승세가 가속화되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 연일 상승하던 미국 주식 시장은 파월 연설 이후 하락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0.65%, S&P500 지수는 0.81%, 나스닥 지수는 0.94%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지난 3주 동안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던 국채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암호화폐 시장은 블랙록의 이더리움 현물 ETF 변수에 강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11월 FOMC 금리 동결과 비트코인 상승 이후 자금 유입을 경험했던 알트코인 시장은 주춤했다. 비트코인은 3만6720달러에 거래되고 있고, 이더리움은 10% 일간 상승률을 유지하며 2117달러를 기록 중이다.
한편, 연준 의장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으며 내년 6월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내달 13일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0.7%로 보고 있다. 0.25%p 금리 인상 가능성은 10% 미만으로 예상했다.
한편, 이날 골드만삭스 투자은행은 미국 중립금리 전망치를 기존 3.00%~3.25%에서 3.50%~3.75%로 상향 조정하며 고금리 환경이 오래 유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투자 은행은 "미국 경제가 확장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면서 "고용 시장 정상화 및 물가 둔화 과정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당위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시장 기대보다 늦은 내년 4분기 금리 인하를 시작해 분기마다 한 번씩 금리를 내리다가 2026년 2분기에 금리 인하를 종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