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금융권이 암호화폐 투자 채택 기회를 잡기 위해, 일반 산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블랙록과 여러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작업에 나섰다. 열악한 규제 상황과 거시경제 환경은 그대로지만 다시 켜진 '기관' 진입 신호에 숨죽였던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일반 산업계는 블록체인 기술 채택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기관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위한 진입 가교를 만들며 낙관적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 블랙록 등장에 암호화폐 시장 분위기 '반전'
지난달 암호화폐 시장은 정확히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전과 후로 나뉘었다. 시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주요 거래소 기소로 6월을 시작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매파적 금리 동결이 나온 중순까지 암울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비트코인은 2만5000 달러(한화 약 3252만원) 부근까지 하락했고, 암호화폐 투자 상품 시장은 4월 중순 시작된 자금 유출 흐름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총 4억2300만 달러(한화 약 5435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9조 달러(한화 약 1경173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의사를 밝히고, 이후 피델리티, 비트와이즈, 인베스코, 위즈덤트리, 발키리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가세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뒤집혔다.
SEC가 많은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좌절시켰지만 블랙록은 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이 시장에 확산하면서다.
증권 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시장 조작 및 사기 가능성을 이유로 해당 시장을 기초로 한 ETF 출시를 불허하고 있는데, 블랙록은 감시공유계약을 통해 거래 활동과 고객을 투명하게 식별하겠다는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반려 1건, 대기 1건을 제외하고 총 577건의 ETF 규제 허가를 받아낸 블랙록의 화려한 전적도 주목받았다.
이후 비트코인은 열흘 안에 세 차례나 연중 최고점인 3만1000 달러(한화 약 4033만원)를 두드렸다. 이더리움은 1950 달러(한화 약 253만원)를 넘어 2000 달러(한화 약 260만원)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암호화폐 거래 시장도 활성화됐다.
더블록 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이달 암호화폐 거래량은 16일 110억 달러(한화 약 14조3100억원)에서 26일 195억 달러(한화 약 25조3700억원)까지 77% 늘어났다.
암호화폐를 기초로 한 투자 상품 시장에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됐다. 9주 연속 순유출세를 끊어내고 2주 연속 순유입세를 기록 중이다.
씨씨데이터(CCData)에 따르면, 지난달 암호화폐 투자 상품의 총 운용자산 규모는 직전월 대비 9.05%, 전년 동기 대비 69.5% 증가한 334억 달러(한화 약 43조4467억원)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투자 상품의 총 운용자산은 244억 달러(한화 약 32조원)로, 전월 대비 12.4% 급증했다. 시장 점유율은 직전월 70.1%에서 지난달 73.1%까지 확대됐다. 이더리움 투자 상품의 총 운용자산은 2.68% 소폭 증가했다.
두 달 연속 감소했던 암호화폐 투자 상품의 일평균 거래량은 지난달 6.77% 증가한 2억2300만 달러(한화 약 2905억원)를 기록했다.
블랙록 이후에도 암호화폐 기관 시장의 확대를 알리는 여러 소식들이 전해졌다.
암호화폐 ETF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그레이스케일의 암호화폐 신탁 상품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개선됐다.
비트코인 신탁은 지난해 9월 이후 최소폭인 31%까지 할인율을 좁혔고, 이더리움 신탁 할인율은 46.7%까지 줄어들었다.
미국 최초의 레버리지 비트코인 선물 ETF도 규제 승인을 받아 거래를 시작했다.
'볼러틸리티 셰어스(Volatility Shares)'의 '2x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BITX)로, 거래 시작 15분 만에 약 50만 달러(한화 약 6억5100만원) 상당의 거래가 발생했다.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피델리티, 찰스 슈왑, 시타델 등 대형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캐시 현물 거래를 지원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EDX 마켓을 출시했다.
해당 소식에 라이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는 급반등해, 4일 기준 전주 대비 각각 29.75%, 23.16%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멜텀 드미러스 코인셰어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트위터를 통해 종합 27조 달러(한화 3경5110조원)의 고객 자산을 운용하는 8개 금융기관들이 암호화폐 접근 채널을 활발히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암호화폐에 대한 전통 금융기관의 태도가 달라지고, 암호화폐가 일상적인 자산이 되어간다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 기관 투자자 절반 "1년 내 투자 확대 계획"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기관 투자자의 시각은 어떨까
바이낸스는 지난 3월 31일부터 5월 15일까지 기관 고객 208명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투자 견해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총 운용자산 2500만 달러(한화 약 325억원) 미만 기관 관계자가 52.4%, 1억 달러(한화 약 1301억원) 이상 기관 관계자가 22.6%였다. 응답자 48%는 최근 5년 내 암호화폐에 투자한 경험이 있었다.
응답자 44.7%는 암호화폐를 '단기 투자 전략', 17.3%는 장기적인 투자 수단이라고 봤다. 이자 창출 방안 11.1%, 교환 매개 3.8%, 마켓메이킹, 차익거래 등 기타 답변은 23.1%로 나왔다.
응답자 42.8%는 잠재적인 투자 수익률이 암호화폐 투자 동기라고 답했다. 37.5%는 기술에 노출되기 위해, 11.5%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암호화폐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암호화폐 보유량을 유지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47.1%, 보유량을 확대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35.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더 나아졌다는 답변은 33.2%,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는 답변은 47.3%로 확인됐다. 또 향후 1년 암호화폐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63.5%, 향후 10년 시장의 미래를 낙관한다는 응답자는 88%에 달했다.
응답자 절반은 앞으로 1년 동안 암호화폐 보유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비중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4.3%에 그쳤다.
한편, 기관 응답자들은 암호화폐 채택 촉진 요인은 ▲실질적인 활용 사례(27%) ▲규제 명확성 개선(25%) ▲은행 등 금융기관 참여(19.3%) ▲사기 방지 및 수탁(custody) 솔루션 같은 강력한 보안(18.1%)로 꼽으며,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이 아니라 전반적인 생태계 발전이 있어야 광범위한 암호화폐 채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을 밝혔다.
◇ 일반 산업계, 기술 채택도 활발...포춘 100대 기업 절반 "관련 사업 추진 중"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단기 시세와 투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기업 주도의 기술 채택 실험과 상용화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코인베이스와 더블록리서치는 포춘 100대 기업의 사례 연구 분석 및 포춘 500대 기업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업계 기술 채택 상황을 확인했다.
설문조사는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일까지 암호화폐 및 기반 기술 '블록체인'을 알고 있는 포춘 500대 기업 임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계는 블록체인을 기업 혁신을 위한 핵심 기술로 보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인식 속에 투자하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인 52%가 2020년 초부터 암호화폐·블록체인·웹3.0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22년 초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관련 프로젝트의 60%는 이미 출시됐거나 출시 직전 단계에 와있다.
전체 프로젝트의 75%를 테크 기업, 금융 기관, 소매 부문이 진행하고 있다.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10개 기업은 테크 기업(4), 대형 은행(4), 소매 대기업(1), 음료 제조업체(1)이다.
관련 프로젝트 수 기준 기업 순위는 ▲IBM(18개) ▲알파벳(11개) ▲마이크로소프트(11개) ▲골드만삭스(10개) ▲JP모건체이스(9개) ▲아마존(6개) ▲씨티그룹(6개), ▲코카콜라(5개) ▲나이키(5개) ▲뱅크오브아메리카(5개) 순이다.
관련 특허 출원 수 기준으로는 IBM, 마이크로소프트, HP, 오라클, 인텔, 시스코, 델 등이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보고서는 8000개 일자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IBM'과 인공지능에 130억 달러(한화 약 16조9195억원)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웹3.0 프로젝트 수 기준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인공지능과 웹3.0 기술이 함께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최근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머신러닝과 탈중앙화 컴퓨팅 간 연계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면서 "웹3.0 채택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포춘 500대 기업의 많은 임원들은 설문조사에서 웹3.0 기술이 기업 생존과 성장에 매우 중요하며, 이 같은 트렌드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경쟁력 확보(64%)와 소비자 기대 충족(45%)이 웹3.0 기술 채택의 중요한 동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고, 55%는 비지니스 효율을 향상할 것을 기대하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63%는 "웹3.0 기술이 인터넷이나 인공지능처럼 비즈니스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77%는 블록체인이 모든 사람을 위한 더 나은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및 재고 관리에 웹3.0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 관계자들은 "전 세계가 하나의 조직으로 기능해야 한다"면서 "웹3.0 기술이 이를 크게 촉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보험업계는 간접적인 기술 투자에 나서고 있다.
매스매추얼은 7건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13억 달러 상당을 투자했으며, 스테이트팜은 웹3.0 특허 출원 수가 135건을 넘어 포춘 100대 기업 중 5위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블록체인 활용 방안은 운영 인프라 개선이다. 공급망 관리와 고객 및 기업 내부 데이터 수집·관리를 위한 활용이 그 뒤를 이었다.
포춘 500대 기업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의 주요 활용 사례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블록체인 인프라(52%), 고객 및 기업 내부 데이터 수집·관리(51%), 결제·청산(48%)로 나타났다.
금융 부문이 가장 많이 채택한 활용 사례는 '결제'이다. 두 번째로 많이 추진 중인 활용 사례는 ETF, 소매 거래 상품 같은 암호화폐 기반 거래 상품 개발 및 토큰화 프로젝트다.
JP모건체이스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최초로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거래(토큰화, 결제·정산,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시하며 기존 금융 거래에 어떻게 토큰화 자산과 탈중앙화 프로토콜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은행은 지난해 11월 2일 싱가포르 통화청(MAS) 및 현지 금융기관과 함께 이더리움 레이어2 폴리곤, 에이브(Aave) 스마트 컨트랙트 수정 버전을 사용, 토큰화 싱가포르 달러와 일본 엔화 예금을 통한 실시간 통화 간 거래와 토큰화 국채 모의 매매 등을 실시했다.
골드만삭스, 마이크로소프트, 딜로이트 등은 토큰화, 스마트 컨트랙트, 결제·정산 등 금융기관 맞춤형 블록체인 네트워크 '칸톤 네트워크'를 출시하기 위해 디지털애셋(Digital Asset)과 협력 중이다.
올해 5월 공개된 해당 프로젝트는 탈중앙화, 프라이버시, 규제 간 균형, 데이터 제어, 상호운용성, 확장성 지원, 폐쇄형 금융 시장 동기화 등을 통해 블록체인 채택 시 금융 기관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이 역대 가장 많이 채택한 활용 사례는 토큰화, 블록체인 인프라, 암호화폐 자산 거래 상품, 결제·정산, 대체불가토큰(NFT)·수집품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프로젝트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NFT는 최근 소매 부문 웹3.0 프로젝트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기술 및 금융 부문을 넘어 산업 참여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투자 수익을 창출할 방안이 되고 있다.
나이키는 EA 스포츠와 협력해 의류 NFT를 비디오 게임(NFT·컬렉션 메타버스)에 통합하고 있다. 지난달 양사는 나이키의 웹3.0 마켓플레이스 플랫폼 '닷스우시'(.Swoosh)의 가상자산(신발, 의류)을 미래 EA 스포츠 게임에 통합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대형 공구 유통사 로우스(Lowe's)는 지난해 전통 공구에 고유 NFT를 할당하는 프로젝트 언락을 출시했다. 합법적 공구 구입에 대한 안전한 기록을 생성하여 도난 방지 및 법 집행기관 협력 방안을 만들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은 11만8354명의 이용자, 19만9347건의 NFT 거래를 통해 약 1억130만 달러(한화 약 1317억원)의 로열티 수익을 올렸다.
관련 컬렉션은 약 16억 달러(한화 약 2조800억원) 상당의 유통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포춘 100대 기업 중 나이키가 로열티 수익, 고유 구매자 기반, 고유 컬렉션 수 기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현재까지 나이키가 총 14개, 타임지가 7개, 돌체앤가바나가 4개 컬렉션을 출시했다.
◇ 자체 프로젝트, 벤처 투자 통한 기술 접근도
일반 산업계는 자체적인 웹3.0 프로젝트 및 관련 벤처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금융에 대비하기 위한 기술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부분은 '금융 서비스(24%)'와 기업 간 거래(B2B) 블록체인 서비스 같은 '엔터프라이즈 솔루션(23%)'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비중을 차지했다. 노드 및 개발 도구 같은 인프라 개발(15%), NFT·게임(11%) 등이 뒤를 이었다.
포춘 100대 기업은 2017년 이후 80여개 관련 스타트업에 109회 투자했다. 참여한 투자 라운드 규모가 80억 달러(한화 약 10조3900억원)를 넘는다.
씨티 벤처스, 구글 벤처스, 마이크로소프트 벤처스, 골드만삭스의 암호화폐 벤처 투자금 총합은 그밖의 모든 포춘 100대 기업의 투자금 총합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투자 계약 수 기준 가장 활발히 투자한 곳은 씨티은행으로, 약 19건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구글(18), 골드만삭스(15), 마이크로소트프(15), IBM(11), JP모건(8) 순으로 많은 투자를 진행했다.
포춘 500대 기업이 관련 프로젝트에 배정한 예산은 평균 580만 달러(한화 약 75억원)로 확인됐다.
설문조사에서 임원 3명 중 2명은 "블록체인 투자는 기업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부분"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임원 40%는 지난 1년 동안 관련 기술 투자를 늘렸다고 답했다.
향후 2년 동안 경쟁업체가 관련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60%, 같은 기간 자사 투자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 응답자는 57%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어려운 거시경제 환경으로 인해 모든 부문과 마찬가지로 포춘 100대 기업의 웹3.0 벤처 투자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지난해 감소했던 웹3.0 프로젝트 규모는 올해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 명확한 '투자 효과', '규제 확립' 보장돼야
지속적인 거시경제 조정과 FTX 같은 기업의 실패, 불안정한 규제 상황 등 상당한 역풍에 부딪혔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기술을 평가한 많은 주요 기업들이 빠르게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역량 개선과 미래 경쟁력을 위한 기술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기술 채택을 방해하는 요인들이 남아있다.
기술을 잘 알지만 아직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없는 포춘 500 기업 임원들에게 확인한 기술 채택 방해 요인은 ▲명확한 투자 수익률 부족(62%) ▲활용 사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 우려(46%) ▲해당 기술 유형에 대한 소비자 관심 부재(41%) 등이 꼽혔다.
아울러, 프로젝트를 진행할 ▲자금이나 기타 리소스 부족(38%) ▲적절한 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 부족(30%)도 언급됐다.
보고서는 암호화폐·블록체인·웹3.0의 광범위한 채택을 위한 3가지 방안으로 ▲기업과 소비자 대상 교육 확대 ▲개발자 커뮤니티 및 대학 연계를 통한 숙련 인재 양성 ▲명확한 규제 수립 추진을 제시했다.
임원 응답자 다수가 '투자 수익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혔지만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활용 사례 발굴을 위한 기술 실험과 적용을 추진 중이며, NFT 등 일부 성공적인 소비자 참여 및 수익 창출 사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기술 및 활용 사례에 대한 기업의 이해 부족과 소비자의 관심 부재가 기술 채택을 방해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기술 활용과 그에 따른 실제적인 혜택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주요 출처는 업계 보고서(63%)와 행사(62%), 뉴스 보도(49%)였다고 덧붙였다.
임원 30%가 '적절한 기술 역량을 갖춘 인재 부족'을 문제로 언급한 점에도 주목했다.
보고서는 임원 73%가 미국 웹3.0 기업과 협력하길 원한다고 답했지만, 미국의 전 세계 블록체인 개발자 점유율은 지난 5년간 매년 2%씩 줄어 40%에서 29%가 됐다고 밝혔다. 유럽은 동일한 29%, 아시아는 13%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030년까지 블록체인 오픈소스 개발자 일자리 100만개와 비기술 일자리 300만개가 창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개발자 커뮤니티 및 대학과 협력해 더 많은 숙련된 인재를 교육하고 혁신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기술 채택과 확산을 위한 규제 명확성을 촉구했다.
관련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한 규제(46%)는 기술 채택을 막는 두 번째로 큰 문제로 거론됐다.
임원 91%는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 분야를 탐색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52%는 "규제 확립이 보장될 때까지 관련 투자를 보류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산업 관계자들은 명확한 규제가 없다는 점이 기술 투자와 채택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미국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원 87%는 명확한 규제가 글로벌 금융 리더십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답했다.
92%는 "오래된 기술을 위해 개발된 오래된 규칙을 강제하는 대신 새로운 기술을 위한 새 규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이 글로벌 금융과 데이터 표준 부문에 있어서 다른 국가에 영향력을 빼앗기고, 혁신과 투자를 해외로 밀어낼 수 있다"면서 "규제 명확화는 혁신 기술 및 일자리 지원과 미국 글로벌 금융 리더십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