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세탁방지와 가상자산 해킹 실태 및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940억원 규모 '환치기와 결합된 가상화폐 불법거래 수사 사례'가 소개됐다.
오정은 인천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부 검사는 18일 고려대학교 SK미래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정책럼 발족 기념 세미나'에서 "가상화폐 수사사례-환치기와 결합된 가상화폐 불법거래 사건"를 주제로 발표했다.
오정은 검사는 지난 2월 가상화폐를 이용해 940억원 규모 불법 외환거래(환치기)를 한 리비아인과 탈북민 등이 재판에 넘겨진 수사 사례를 소개했다.
인천지검 국제범죄수사부는 특정금융정보법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리비아인 A(44)씨와 탈북민 B(43)씨 등 3명을 지난 2월 초 구속 기소했다. 또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C(43)씨 등 탈북민 2명을,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혐의로 D(54)씨를 지난 2월 초 불구속 기소했다.
A씨 등 6명은 국내외 송금이 필요한 리비아인 등의 자금을 받아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입한 뒤 국내 코인거래소로 전송했다. 이후 가상화폐를 매각해 김치 프리미엄 수익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송금(업무방해, 외국환거래법위반), 불법환전, 현금인출(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을 통해 환치기의 기회를 틈타 부당 수익을 챙긴 것이다.
피의자들은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리비아인들의 의뢰를 받고 수천회에 걸쳐 해외 거래소에서 940억원 규모 가상화폐를 사들인 뒤 국내 거래소로 전송해 매각하는 등 불법 외환거래를 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가상화폐 매각 후 받은 808억원은 의뢰인의 국내 거래처 등에 지급했고, 나머지 132억원은 의뢰인이 지정한 해외 업체로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리비아인들은 현지에서 해외송금을 담당하던 외국계 은행이 운영을 중단하자 수수료 절감과 송금 시간 단축을 위해 A씨 등에게 범행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9월 FIU로부터 자료를 이첩받고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의 수사 과정을 거쳐 지난 2월 피의자들을 구속 기소하는 데까지 약 반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오정은 검사는 "본 사례는 국내 정세가 불안정한 리비아 등의 실정을 이용하여 사설환전업자들이 가상화폐를 이용한 환치기로 김치 프리미엄을 획득, 무역거래를 가장해 해외로 반출하는 등 범죄수익을 은닉한 사안"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검찰은 대검 특정금융거래정보 접수 후 관련자들의 사업장 및 주거지를 신속히 압수 수색하고 컴퓨터, 휴대폰에 대한 철저한 포렌식 등 충실한 증거 확보와 관련자 직접 조사 등의 수사를 진행해 외환 질서 등을 교란한 세 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엄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범죄수익 또한 환수됐다. 오 검사는 "각 피고인들의 범죄수익 분재 현황을 파악해 추징 구형하고, 피고인들의 재산 현황을 파악해 몰수, 추징보전 집행했다"고 덧붙였다.
◇ 가상자산의 분권성·익명성·초국경성 이용해 진화하고 있는 글로벌 자금세탁
이날 세미나에선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과 대응'을 주제로 한 발표도 진행됐다.
발표를 맡은 안창국 금융정보분석원 제도운영기획관은 "가상자산의 분권성, 익명성, 초국경성의 특성을 이용한 자금세탁이 날마다 진화하고 있다"면서 "자금세탁의 단계에서 '과정별 접근과 수단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고, 실제 사례로는 차명 거래를 통한 탈세와 변칙 증여 등이 대표적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지난해 북한 해커 조직 '라자루스' 등은 미국, 일본, 베트남 등 전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약 38억 달러(한화 약 5조500억원)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
안창국 기획관은 "가상자산 탈취 및 자금세탁은 '플래시 론 공격, 블록체인 노드 탈취, 전자지갑 탈취 등의 방법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플래신 론 공격은 블록체인의 블록 생성시간 안에 대출 상환이 이루어지는 무담보 대출 서비스로, 일시적으로 담보의 가치를 조작해 담보 가치보다 많은 대출을 받고 그 차익을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공격자가 블록체인 노드의 개인키를 탈취, 블록체인을 점유하는 '블록체인 노드 탈취'와 전자지갑의 취약점을 악용해 전자지갑 개인키를 유추하는 '전자지갑 탈취' 사례도 소개했다.
이 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난해 북한의 가상자산 탈취 금액이 38억 달러(한화 약 5조5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세계적인 보안 업체와 협업하며 수사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