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측 수준을 크게 밑돌면서 뚜렷한 경기 둔화세를 나타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높은 금리 상황에서도 소비자 지출이 3.7%로 견조하게 유지됨에 따라 GDP 상승세를 지속했다. 수출 역시 4.8% 증가했다.
소비자 지출은 코로나 이후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강력한 고용 시장과 임금 상승에 힘입어 높은 물가와 대출 비용을 상쇄한 모습이다.
여행, 레스토랑 식사 같은 서비스 지출은 팬데믹 최저수준에서 계속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4분기 연속 감소했던 상품 지출도 살아났다.
뉴욕타임즈는 "미국 경제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주택 시장이 둔화하고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미국 소비자가 경기 침체를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 흐름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GDP는 지난해 3분기 3.2%, 4분기 2.6%에서 크게 낮아졌고, 시장 전망치인 2.0%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기업 투자 둔화가 경기 위축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매출 둔화를 예상하면서 기업 재고는 2.26% 줄었다. 총 민간 투자도 12.5% 감소했다.
주택 부문은 8분기 연속 위축됐으며 설비 투자는 2분기 연속 감소했다.
1분기 경제 성장세를 지탱한 민간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2월과 3월 소매 판매 추세가 꺾인 만큼 2분기 소비자 지출도 약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경제학자 제프리 로치(Jeffrey Roach)는 "최근 몇 달 동안 소비자 지출이 완화됐다"면서 "미국 경제는 변곡점에 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화 긴축과 은행권 위기에 따른 신용 여건 악화는 기업과 소비자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탄탄한 고용과 빅테크 기업의 호실적 등 엇갈린 신호도 확인됐다. 22일 마감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총 23만건으로, 1만6000건 감소했다. 예상치 24만9000건을 하회했다.
이날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1분기 GDP 발표 이후 내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기존 금리 4.75-5.00%에서 0.25%p 더 올릴 가능성이 85.4%를 가리키고 있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3차례 발표된다. 이날 발표는 속보치로 향후 수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