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암호화폐 시장 침체기라고 불리는 크립토 윈터와 맞물려 코인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국내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이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코인 거래소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은행에 낸 수수료는 모두 204억2900만원이다.
이는 2021년 수수료 총액인 403억4000만원보다 49.4% 가량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해 시중은행 가운데 수수료 수익을 제일 많이 거둔 곳은 케이뱅크다. 업비트가 케이뱅크에 139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292억4500만원이었던 전년 대비 52.4% 감소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빗썸은 NH농협은행에 전년보다 35% 감소한 49억4300만원을 지급했다.
코인원은 NH농협은행에 9억8900만원을 지급했다. 코인원은 지난해 11월 기존 NH농협은행 다음으로 실명계좌 발급 은행을 카카오뱅크로 갈아탔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분기 7200만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코빗과 고팍스는 각각 신한은행과 전북은행에 4억8600만원, 1900만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가장자산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준 전북은행은 지방은행 중에선 최초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제공했다.
이처럼 은행 수수료가 반토막 수준으로 급감한 데는 지난해 가상화폐 시장이 '크립토 윈터'라 불리는 침체기를 보낸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창현 의원은 "은행과 디지털자산 거래소 간 제휴에서도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며 "더 많은 은행이 다양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그림자 규제로 강제되는 1거래소-1은행 제도를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가상자산 침체 여파로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코인원과 고팍스는 지난해 적자전환 했다. 코인원은 지난해 영업손실 21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전년 1735억원 대비 80% 급감한 350억원에 그쳤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코빗 매출액은 4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226억원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코빗은 영업외손실 또한 지난해 358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7억원으로 큰 폭 늘었다. 또 지난해 광고 모델로 배우 마동석, 주현영 등을 내세우며 전년 대비 광고선전비 143억원를 5배 가량 더 많이 지출했다.
고팍스를 운영하는 스트리미의 지난해 매출은 16억원으로 전년(315억원) 대비 95% 줄었다. 2021년 136억원 영업이익을 낸 스트리미는 지난해 765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가상자산 침체기로 인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가 급감하면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영업실적엔 적신호가 켜진 것.
반면, 영업비용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팍스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묶인 자금 566억원을 판매관리비 항목 중 충당부채전입액에 포함하면서 영업비용이 큰 폭으로 늘었다. 영업외비용 또한 5억8000만원으로 전년 대비(3억 3천만원) 크게 증가했다.
또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는 대주주가 바이낸스로 변경됐음을 공식화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스트리미는 감사보고서에서 "2023년 2월 3일 최대주주를 포함한 일부 기존 주주와 '바이낸스 홀딩스 리미티드' 간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당사의 최대 주주는 '바이낸스 홀딩스 리미티드'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또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에 묶인 고객 자금이 56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고팍스는 바이낸스의 지분 인수와 함께 대표이사가 레온 싱 풍(Leon Sing Foong)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대표로 변경됨에 따라 대표 변경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 변경신고서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제출한 상태다.
이와 관련 마일스톤 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함을 나타낸다"는 감사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