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 위기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국 통화 당국이 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웨이 리(Wei Li) 블랙록 인베스트먼트 인스티튜트 전략가는 시장 기대와 달리 연내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달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과 시그니처 은행, 유럽 크레디트스위스가 무너지면서 시장은 글로벌 통화 정책 전망을 조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이 불안정한 상태라면서 연내 0.75%p의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웨이 리는 "연준과 연준 인사들이 은행권 문제로 인해 물가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시장 기대와 달리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급히 금리를 낮추는 건 과거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연준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새롭고 더 세부 조정된 전략을 펼칠 수 있지만, 연내 금리를 내리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웨이 리는 자신의 링크드인을 통해서도 "금융 안정을 위한 도구와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도구는 거의 '정교분리' 상태"라면서 은행 위기에 따른 금리인하 기대를 꺾었다.
앞서, 블랙록은 "타이트한 노동 시장으로 인해 물가상승세가 얼마나 강력한 상태인지 연준이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등 최근 경제 지표는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은행 문제보다 물가 문제가 크다고 본 블랙록은 "(은행이 대출해줄 자금이 줄어드는) 신용 경색이 더 심각해져 예상보다 더 깊은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에만 시장이 예상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랙록은 이 같은 전망을 반영하며 선진국 주식에 대한 비중 축소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물가 헤징 상품 '물가연동채권(TIPS)'에 대한 선호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TD증권, 더블라인캐피털 등은 경기침체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에 대해 연준의 오판을 가리킨다며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시장 역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미 5월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57.9%로, 0.25%p 인상 확률 42.1%를 넘어서고 있다.
6월 14일 열리는 FOMC에서는 현재 4.75~5.00%보다 0.25%p 낮아질 확률이 8.2%, 동결될 확률이 55.7%, 0.25%p 더 높은 5.00~5.25%가 될 확률이 36.1%로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