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 수준에 부합하는 6.5%를 기록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CPI는 미국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 추이를 측정한 지수로, 미 연준이 통화 정책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물가지표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12일 저녁 10시 30분 미국 노동부는 12월 CPI가 전년 대비 6.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10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이다.
11월 전년 대비 기록에서 0.6% 낮아진 수준으로 월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12월 CPI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전월 대비 수치가 감소한 건 코로나 발생 직후인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물가상승세 둔화는 특히 유가 하락, 항공료 인하, 연말 연휴 세일 등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7%, 전월 대비 0.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근원 CPI 3개월 평균 상승률은 3.1%로 1년 최소폭을 기록했다.
다만, 연준이 주목하는 서비스 부문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7.0% 상승해 전월 6.8%보다 오히려 올랐다.
사진=12월 CPI 통계 / 출처 미 노동부 사이트
전년 동월 대비 미국 CPI는 6월 9.1% 정점을 찍은 뒤, 7월(8.5%), 8월(8.3%), 9월(8.2%), 10월(7.7%), 11월(7.1%), 12월(6.5%)까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CPI가 7%대에 진입한 10월치부터 대두된 '물가 정점론'이 12월까지 이어지며 뚜렷한 물가 안정세를 보여줬다. 통화 정책 완화 기대를 선반영했던 미국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 다시 한 번 상승 동력을 얻었다.
12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0.64%, S&P500 지수는 0.34%, 나스닥 지수는 0.64% 상승 마감했다.
암호화폐 시장도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12일 오후 4%대 상승세를 보였던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모두 6% 이상의 상승 흐름을 연출하고 있다.
13일 오전 7시 토큰포스트 시세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은 전날 대비 7.44% 상승하며 1만8864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더리움(ETH)은 6.39% 상승한 1427.9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XRP는 1.62%, 도지코인(DOGE)은4.31%, 카르다노(ADA)는 4.79%, 폴리곤(MATIC)은 5.49% 상승했다.
◇ 2월 FOMC에 쏠린 시선....베이베스텝 가능성 90% 이상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물가상승률이 하락하고 있고, 모든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성명을 내놓으면서 물가 안정세를 확정했다
다만 "물가는 여전히 너무 비싸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올해 말까지 물가가 정상 수준에 근접하길 바란다"고 조심스러운 입장도 내비쳤다.
한편, 올해 첫 CPI 발표에서 뚜렷한 물가 하락 추세를 확인한 시장은 더 낙관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준이 금리를 결정하는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긴축 강도가 낮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와치에 따르면 오는 31일과 2월 1일 예정된 FOMC 회의에서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은 12일 오전 72.8%에서 발표 후 93.2%까지 치솟았다.
사진=2월 FOMC 금리인상 전망치 / 출처 FED WATCH
한편, 시장 낙관이 물가상승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연준은 긴축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이달 초 공개된 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올해 안에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인사는 없었다. 점도표에서 제시한 올해 기준금리 전망치는 5.0∼5.25%로 현재보다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연준 인사들은 다음 금리 인상은 베이비스텝이 적절하다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올해 몇 차례 금리를 더 인상할 것"이나 "최악의 물가상승률은 이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0.25%p 인상이 적절해 보인다"고 발언했다.
또한 그는 "경기 침체는 아직 보이지 않지만 올해 GDP가 1%로 둔화돼야 한다고 본다"며 "실업률은 올해 최대 4.5%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0.25%p나 0.50%p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지금 단계에서는 0.25%p 쪽으로 기울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