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단 변호사는 ‘널리 혁신기업을 이롭게 한다’는 사명을 가지고 설립된 부띠크 로펌인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DKL)의 대표변호사로, 블체인, 디지털자산, NFT 분야의 혁신 기업에 전문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사업 규제에 관한 이번 칼럼은 국내 규제 현황을 짚어가며 기존 방식이 가진 불합리성과 폐해, 앞으로의 개선 방안을 공유한다.
◇디지털자산 규제에 대한 국제적 정합성 필요
다행히 우리 정부도 최근 가상자산사업에 대한 국제적 규제 정합성을 갖출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가상자산 기술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규제 내로 포섭하고자 하는 정책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국회도 2021년부터 올해까지 14개의 가상자산 규제 관련 법률안을 발의하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정부도 국회 법률안과 해외 관련 법률안을 참조하여 디지털자산 산업 진흥 및 투자자 보호를 포괄한 디지털자산기본법안 초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정부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입법 방향에 대하여 EU의 MiCA와 미국 SEC의 중간 정도 규제를 추진하고, 한국과 같은 대륙법계인 EU의 MiCA를 기초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가상자산 속성을 고려하여 국제적 규제 정합성을 갖추도록 하겠다고 하면서 증권형 토큰은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고, 나머지 디지털자산은 새로 제정할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적용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올해 안에 토큰에 대한 투자계약증권 가이드라인도 공개하여 증권형 토큰의 자본시장법 적용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기존의 가상자산 무조건 불인정, 적대 정책에서 가상자산의 실재를 인정하고 규제 내로 포섭하여 관리하려는 전향적인 변화이다. 건전한 가상자산 시장 육성과 이용자 및 투자자 보호, 그리고 가상자산산업에 진출하는 스타트업 및 기업들에 대한 혁신 장려 차원에서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MiCA로 본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안 개선점
하지만 MiCA의 내용 및 규제 체계와 현재 우리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의 내용과 규제 체계를 세부적으로 비교해 보면, 여러가지 우려되는 지점과 개선점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국제적 규제 정합성 측면에서 한국 국회 입법안들은 MiCA와 달리 가상자산이라는 혁신 기술의 특성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다. 그리고 스타트업 및 소기업을 기존사업자나 대기업과 동등한 선상에서 규제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발행자와 서비스업자의 규제에 있어 혁신 시장 진입을 위한 최소 규제 조항이 전무한 등 행정규제의 기본원칙인 비례적 접근 원칙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증권형 토큰이 아닌 디지털자산을 규제하기 위한 별도 입법안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입법안들은 유형과 무관하게 모든 디지털자산에 대하여 자본시장법 상 증권 규제 체계 및 수준과 동일한 규제 및 체계 수준을 적용하고 있다. 디지털자산이라는 새로운 혁신 기술 특성과 디지털자산의 개별 유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본시장법과 특금법의 가장 강력한 수준의 규제를 총합한 것으로 느끼게 할 만한 강력한 규제 일변도의 입법안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으로 MiCA에서는 디지털자산 유형을 ‘자산준거토큰, 전자화폐토큰 및 그 이외의 암호자산’ 3가지로 구분하였다. 증권과 유사한 업무 기능과 특성,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가진 자산준거토큰과 전자화폐토큰에 대하여서는 ‘동일 업무, 동일 위험,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하여 증권과 동일한 수준의 발행자 규제를 도입하였다.
반면 그 이외의 암호자산(주로 발행자에 의하여만 수용 가능한 유틸리티 토큰을 의미함)에 대하여서는 발행자에 대하여 감독 관청의 인허가 수리, 등록, 심사 등을 요구하지 않고 백서 공시 및 신고(한국 특금법 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처럼 감독관청의 수리 절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업자등록과 유사하게 서류 신고만 하면 됨)만 함으로써 암호자산 공개가 가능하도록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입법안에서는 14개 법률안 중 가상자산 유형의 분류가능성을 언급한 법안은 단 1개 뿐이고 그나마 시행령에 위임한 구조다. 증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이유가 없는 유틸리티 토큰에 대한 최소 규제를 명시한 법률안은 단 한 개도 없다. 발행자 규제를 도입한 입법안들은 디지털자산 발행에 대하여 최소 규제가 아니라 위반시 형사처벌이 전제된 인허가 등록 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스타트업과 소기업의 혁신 노력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유틸리티 토큰 발행 규제를 최소로 규정하고 있는 MiCA와 달리 한국은 스타트업이나 소기업들의 유틸리티 토큰 발행을 통한 디지털자산 시장 진입 자체를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 국회 입법안들은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과 시장에 대한 역차별 내지 디지털자산 스타트업 말살 법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MiCA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혁신성을 고려하여 법인 뿐 아니라 자연인, DAO 등도 유틸리티 토큰의 발행 공개 주체가 될 수 있고 그 토큰이 투자 또는 결제 수단이 되거나 DAO의 발행 공개가 명백히 중앙화 될 때까지 MiCA 적용 대상이 아님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발행 규제를 규정한 국내 입법안들은 디지털자산 발행자를 상법상 주식회사 등 법인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MiCA와 달리 국내 입법안들은 개발자 자연인 또는 DAO가 유틸리티 토큰 발행을 통해 기술 혁신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자산 기술 및 시장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없이 자본시장법 상 규제 체계를 그대로 차용한 졸속 입법안들로 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MiCA는 스타트업, 소기업의 혁신 기술 시장 참여를 장려하기 위하여 일정 기준(150명 또는 1년에 100만 유로) 미만의 유틸리티 토큰 암호자산 공개 및 무상으로 공개하는 유틸리티 토큰, NFT, 사모 발행 암호자산의 경우 백서 작성, 공표 의무조차 면제하고 있다.
이와 같이 MiCA는 혁신 기술 관련 사업의 규모, 인원, 시장 영향을 고려한 규제 면제 및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반면에 한국의 디지털자산 입법안들은 스타트업이나 소기업의 혁신 노력을 장려하거나 디지털자산 기술의 특성을 고려한 입법 조항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MiCA는 자산준거토큰 및 전자화폐토큰 등 투자자 보호가 강조되는 암호자산의 경우에도, 발행 규모에 따라 일정 규모 이하의 공개인 경우에는 발행자 규제인 인가 없이도 발행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 입법안에서는 디지털자산 유형이나 발행 규모에 따라 비례적으로 차등하여 규제를 적용하는 조항조차 없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법에서도 15억 미만 소액 공모와 사모 발행 시 증권신고서 제출 수리 의무를 면제하고 있는 점에 비하여 증권형 토큰도 아닌 일반 토큰을 규율하는 입법안에서 오히려 증권형 토큰보다 훨씬 과중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는 행정법의 기본 원칙인 비례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기본법 취지에 맞게 행정적인 조치 중심으로 대상자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관련 입법안들 모두 강력한 행정적 제재 조치 뿐 아니라 징역형을 포함한 형사처벌 조항이 모든 형태의 규제와 연결되어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정벌의 형벌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법 체계와 맞지 않다.
디지털자산 유형별 차등 규제와 혁신 기술 관련 사업, 규모, 시장 영향을 고려한 규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과 결합하여 헌법상 비례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과다한 규제다. 특히 MiCA에서는 법 위반에 대한 제재 조치 중 형사처벌 조항은 벌금형 1개 뿐이다. 해당 벌금형에 대하여서도 그것이 행정적 조치로서 성격을 가짐을 명확히 하여 MiCA가 행정법이자 기본법으로서 특성을 가짐을 분명히 하였다.
우리나라도 디지털자산 기본법이라는 특성과 혁신 기술 시장에 대한 규제라는 점을 고려하여야 한다. 발행, 진입, 영업 규제 위반 행위에 대하여서는 비례 원칙에 부합하는 적정한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되,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의 일부 위반 행위에 국한하여 벌금형을 부과해야 한다.
행정법 위반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최소화하여 과다한 형사처벌 조항의 존재로 인하여 스타트업 및 혁신적인 기업들이 디지털자산 시장 진입 자체를 꺼리게 하거나 디지털자산 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금융투자상품이 아닌 디지털자산에 대한 규제 주무 기관을 금융투자상품을 감독하는 금융위원회로 대부분 입법안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주 대상이 유틸리티토큰 및 스테이블코인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기업벤처부, 과학기술부, 기재부, 한국은행을 포괄한 규제 조정 협의체나 공동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현재까지 발의된 국내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들은 혁신 기술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대상은 증권형 토큰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유틸리티 토큰이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법 상 금융투자상품 규제 체계와 그 제재 수준을 그대로 도입한 모순이 있다.
특히 토큰 유형별 비례적 접근 원칙이 적용된 규제 내용이 전혀 없어 국제적 규제 정합성이 미비 되었다. 결과적으로 국내 디지털자산 참여 기업들에 해외국가의 경쟁 기업들에 비하여 과중한 규제를 부과함으로써 디지털자산 시장 경쟁력을 상실 시키고 디지털자산 산업 혁신 발전 기회를 저해하는 입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혁신 노력 장려 및 비례적 접근 원칙 준수 요청
기술 혁신 촉진 및 장려가 디지털자산기본법의 기본 목적과 제정 취지 중의 한 축이 되어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시장 육성이라는 다른 축과 균형을 이룬 입법안이 되어야 한다. 규제의 정도도 비례적 접근 원칙에 따라 스타트업, 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하여 시장 진입 차별을 받지 않고 실질적인 참여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디지털자산 발행 대상 인원, 발행 금액 규모, 기간 등을 고려한 규제의 면제, 제한 조항과 발행 진입 규제의 최소화가 명시되어야 한다.
전 세계가 국가 전략 자산으로 규정한 디지털자산 혁신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국내법에 의하여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과중한 국내 규제로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불합리하고 불행한 결과가 또 다시 반복될까 우려된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이 ICO 금지 정책이나 P2E 금지 게임산업법처럼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로 가상자산 관련 여러 사회적 사건으로 인한 일시적인 여론에 부합하여 통제, 규제, 금지 일변도의 정책이나 법률을 제정하고자 하는 유인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전체적인 관점에서 혁신 기술에 대한 이해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전략을 가지고 국제적 규제 정합성을 갖춘 합리적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전 세계적인 디지털자산 혁신 경쟁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그래야 그 결과로 국민의 자유와 재산권이 진정하게 보호될 수 있으며 건전한 디지털자산 시장이 육성될 것이다.
국민은 자유로운 경제생활과 재산권을 행사할 자유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국가의 주권자이다. 정부가 무서운 호환 마마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보호해줘야 하는 어린 양이나 백성이 아니다. 그리고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호환 마마와 동급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본 칼럼 또는 기고문은 토큰포스트 기조와는 아무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