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디지털화폐는 기존 화폐보다 적은 비용으로 소비자에게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24일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에 대한 최근 논의와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비트코인 등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지급결제와 송금을 비롯해 금융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했다. 하지만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서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암호화폐의 기술적 혁신과 장점을 살리면서 가격변동성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중앙은행이 직접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먼저,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발행할 경우 소비자에게 혁신적이고 저렴한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거래 속도가 빠르고, 거래비용이 저렴하며,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하다는 암호화폐의 장점은 살리면서 가격 변동성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존 화폐 시스템보다 화폐주조 비용과 거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금은 도안, 인쇄, 수집, 처리, 저장, 위조방지 등 발행에 많은 비용이 드는 반면 분산원장방식은 이에 비해 아주 적은 비용만 소요된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은 통화정책 수단을 제고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현금 경제에서는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실행하기 어렵지만, 디지털화폐는 마이너스 금리 적용이 가능해 제로금리 하한 문제(zero lower bound problem)를 완화시켜 통화정책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보고서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발행에 따른 문제점으로 기존 은행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가 가지는 장점과 더불어 가치 안정성도 제공하기에 상업은행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의 기본 특성인 익명성과 배치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현재 현금 사용자에 고객정보확인(KYC)을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디지털화폐는 당국이 실제 소유주를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보고서를 발행한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 암호화폐가 활용되고 모바일 결제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을 검토해야 한다"며 "디지털 화폐 발생시 효율성뿐 아니라 금융시스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익명성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