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열풍을 노린 기업들의 사명 변경, 관련 주식 매입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우후죽순 늘어나는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에 주식 사기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뉴욕증시 나스닥 상장사인 음료회사 롱아일랜드아이스티의 주가가 이날 최대 500% 폭등했다. 사명을 '롱 블록체인'으로 바꾼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회사는 부진한 실적으로 올들어 주가가 40% 떨어진 상태였다.
한편 회사는 사명을 바꾸고 나서도 아이스티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사업은 아직 준비 단계로, 런던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블록체인 관련 기업과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롱아일랜드아이스티의 필립 토마스 대표는 "진화하는 블록체인 사업에 관심을 두고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 사명 변경에 급등한 롱아일랜드아이스티 주가
전 세계적으로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기업들이 호재를 노리고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이런 사례가 최근 들어 부쩍 빈번해졌다.
핀테크 업체 롱핀도 지난 15일, 블록체인 연구 기업 지두닷컴(Ziddu.com)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지두닷컴은 블록체인 기반 소액대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그러자 롱핀 주가는 하루 만에 228% 급등했다.
지난 10월, 바이오테크 기업인 바이옵틱스(Biotyx)는 사명을 라이엇블록체인(Riot Blockchain)으로 바꿨다. 사업 분야도 생명 공학에서 블록체인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이에 주가가 급등했다.
이런 사례가 늘어나자 관계 당국은 '주식 사기'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협회(FINRA)는 "투자자들이 잠재적인 주식 사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암호화폐 관련 고수익으로 현혹하는 기업의 주식을 매입할 때는 주의가 요구된다"고 경고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또한 규제에 나섰다. SEC는 '크립토컴퍼니'란 블록체인·암호화폐 서비스 기업의 주식 거래를 잠정 중단시켰다. 이 회사는 10월 회사명을 크로(Croe)에서 암호화폐를 연상시키는 '크립토(Crypto)'로 변경한 뒤 주가가 2000% 폭등해 시가총액 기준 미국 500대 기업이 됐다.
우리나라 금융당국 역시 이른바 '암호화폐 테마주'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암호화폐 테마주'의 거래 동향 및 이상매매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가상통화 관련 종목 주가는 최근 3개월간 변동성이 확대되고 실적과 무관한 흐름을 보이는 등 투자 위험성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가상통화 관련 주식 매매 시 허위 사실이나 풍문을 유포한 경우에는 불공정거래로 처벌받거나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