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률위원회가 암호화폐를 기존 자산 유형과 다른 새로운 범주로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법률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발간한 자문 보고서에서 "영국 사유재산법을 암호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법률위원회는 영국 법률 검토와 개선을 담당하는 법정 독립기관이다.
사유재산법을 적용하면, 암호화폐와 NFT를 합법적인 '사유재산'으로 정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킹·시스템 오류 등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한 투자자 보호 수준도 높일 수 있다.
법률위원회는 법률·기술 전문가 의견을 담은 자문 보고서에서 "암호화폐는 전통적인 실물 자산과 다른 여러 기능과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존 재산법을 통해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암호화폐의 독특한 특성을 다루기 위해서는 법률이 더 발전해야 한다"면서 "이는 암호화폐 산업과 이용자에 강력한 법적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영국 재산법은 두 가지 사유재산만 인정하고 있다. 하나는 금 같은 유형 자산을 의미하는 '소유물', 다른 하나는 기업 주식처럼 법적으로 청구·집행할 수 있는 '집행물'이다.
위원회는 "암호화폐를 법적으로 수용하려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디지털 기록, 도메인 이름, 암호와폐 같이 전자 형태로 구성된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 객체(data objects)'라는 새로운 범주를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법률위원회는 "제3의 분류 범주를 만들면 새롭게 등장하는 독특한 객체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객체가 두 범주에 적확하게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소유물이나 집행물과 비교 유추를 통해 적절한 범주로 발전시켜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회의 암호화폐 관련 논의는 지난해 시작됐다. 통상 18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데, 현재 절반 정도 작업이 진행됐다고 알려졌다. 이번 법률 제안에 대한 공개 협의는 11월 4일까지로 예정돼 있다.
앞서, 위원회는 거래를 자동 실행·기록하는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해 2021년 말 기존 법률을 통한 규제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암호화폐 법률 작업 이후에는 정부가 요청한 탈중앙자율조직(DAO) 관련 법률을 검토할 계획이다.
한편, 법률위원회는 "이번 자문 보고서는 영국을 암호화폐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부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재무부는 지난 4월 "영국은 암호화폐 기술·투자의 글로벌 허브가 될 것"이라면서 △스테이블코인 법적 기반 마련 △금융시장에 분산원장기술 접목 △암호화폐 과세 시스템 검토 △업계와의 소통 강화 △왕립조폐국 NFT 발행 등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영국 금융당국도 지난주 의회에 "스테이블코인을 법정 결제 수단으로 인정해줄 것"을 제안하는 등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