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금융당국이 스테이블코인 '테라' 등 문제가 된 암호화폐 기업들이 싱가포르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19일(현지시간) 라비 메논 통화청 청장은 테라폼랩스, 루나파운데이션가드, 볼드 등 붕괴·파산 위기를 맞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싱가포르 기업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실제로 현지 당국이 허가를 주거나 규제 중인 기업은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날 통화청 연례 보고서 관련 연설에서 메논 청장은 테라폼랩스, 쓰리애로우캐피털(3AC) 등이 싱가포르 암호화폐 규제 방식과 무관하다고 발언했다.
그는 "최근 언론에서 문제의 암호화폐 기업들을 '싱가포르 소재'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이들이 싱가포르의 암호화폐 규제 접근 방식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테라는 알고리즘 방식을 통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시총 10위권 대형 암호화폐였지만 지난 5월 달러 연동이 깨지고 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연계 토큰 루나와 함께 붕괴했다.
싱가포르는 테라·루나 관련 개발사인 테라폼랩스와 루나파운데이션가드가 통화청에 등록된 기업이 아니라고 말했다. 청장은 "테라는 허가를 받은 적이 없으며, 허가를 신청하거나 허가 면제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4조6000억원 규모의 채무 상태로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3AC에 대해서는 "싱가포르의 결제서비스법에 따른 규제 기업이 아니다"라면서 "자금 운용 체계에 따른 등록 기업으로 제한적으로 자금을 운용했었지만, 최근 채무불이행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에 싱가포르 운영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달 인출, 거래, 예치를 중단한 암호화폐 대출업체 볼드(Vauld)에 대해서는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심사 보류 상태로, 테라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 내 무허가 운영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메논은 ”전세계 암호화폐 산업은 여전히 발전하고 있고, 규제는 사업을 트렌드를 따라가는 상황"이라면서 "싱가포르는 종종 명확한 허가·규제 체계를 갖춘 규제 선도 국가로 여겨지지만, 다른 대부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자금세탁, 테라자금조달 리스크를 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청장은 "금융당국은 몇 달 안으로 소비자 보호, 시장 행위,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다루는 규제 체계를 위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킨 암호화폐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싱가포르가 규제 대응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소프넨두 모한티 통화청 최고핀테크책임자(CFO)는 "불법 행위를 하는 암호화폐 기업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통화청은 규제가 정한 한도 금액을 넘는 자금을 운영하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3AC에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 겸 통화청 수석은 개인 투자자의 암호화폐 투자와 암호화폐 레버리지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메논 청장은 "통화청과 유관 정부기관은 허가 없이 불법 활동을 수행하거나 규제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확인될 경우 엄중한 집행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