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Meta)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반독점 소송을 피하기 위해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결국 실패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지난 3월 말, 소송을 종결짓기 위한 조건으로 약 4억5,000만 달러(약 6480억 원)를 제시했다. 이는 메타의 주요 플랫폼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중심으로 한 독점 의혹과 관련된 소송을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FTC는 저커버그의 제안을 즉각 거절했다. 위원회는 최소 300억 달러(약 43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보상액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이 메타의 시장 독점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FTC의 판단에 따라 산정된 규모다.
특히 이번 협상 과정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저커버그가 FTC 위원장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메타를 지지할 것이라는 인상을 줬다는 점이다. 과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던 저커버그와 트럼프는 최근 메타가 2,500만 달러 규모의 검열 관련 소송을 트럼프 측과 합의하며 유화 국면으로 접어든 바 있다. 또한 메타의 대외 정책 수장을 트럼프 친화 인사로 교체된 것도 이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하지만 FTC는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의 반격 제안도 거부하며 협상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메타가 1조3,000억 달러(약 1,872조 원)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제국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국 법정 공방을 피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재판에서도 저커버그는 고강도의 질문에 직면했다. FTC 측 변호인은 “왜 인스타그램을 직접 만들지 않고 인수했느냐”고 물었고, 저커버그는 “우리가 유사한 앱을 만드는 건 가능했지만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2012년 작성된 이메일에서는 "인스타그램의 성장세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10억 달러에라도 사야 했다"는 그의 발언이 공개되며 경쟁 억제 의도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메타는 자사 플랫폼들이 경쟁을 억누른 것이 아니라 틱톡, X(구 트위터), 스냅챗, 유튜브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FTC는 메타가 M&A를 무기 삼아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리나 칸 전 FTC 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압력의 개입 가능성은 항상 경계해야 할 사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이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테크 산업을 둘러싼 반독점 규제와 정치권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이번 소송에서도 다시 한 번 교차하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