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드라마 제작사 문에이지 픽처스(Moonage Pictures)가 ITV 스튜디오에 인수됐다. ITV 스튜디오는 이 회사의 지분 과반을 확보하며 콘텐츠 포트폴리오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문에이지는 지난 2018년 윌 굴드(Will Gould), 매튜 리드(Matthew Read), 프리스 팁레이디(Frith Tiplady)가 공동 설립한 독립 제작사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노래 ‘Moonage Daydream’에서 이름을 차용했다. 이들은 설립 이후 단기간에 고품질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다수 제작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대표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더 젠틀맨(The Gentlemen)’은 가이 리치(Guy Ritchie) 감독 연출로 큰 화제를 모으며 2024년 플랫폼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한 BBC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살인자 사용설명서(A Good Girl’s Guide to Murder)’ 역시 글로벌 톱10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BBC 스튜디오는 문에이지의 지분을 완전히 정리하게 되며, 기존 시리즈는 계속 유통하되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배급은 ITV가 직접 담당한다. 특히 ‘살인자 사용설명서’, ‘더 페이머스 파이브(The Famous Five)’ 등 후속 시즌 제작이 확정된 시리즈는 전면적으로 ITV 라인업에 포함된다.
문에이지는 ‘더 젠틀맨’, ‘바디즈(Bodies)’, ‘인터갤럭틱(Intergalactic)’, ‘더 레오파드(The Leopard)’ 등 다양한 인기 콘텐츠를 제작해 왔으며, BBC 원과 아마존이 공동 편성한 ‘더 퍼슈트 오브 러브(The Pursuit of Love)’ 등도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ITV 스튜디오는 이번 인수를 포함해 국제 콘텐츠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이글아이 드라마(Eagle Eye Drama), 퀘이 스트리트 프로덕션(Quay Street Productions), 플림솔 프로덕션(Plimsoll Productions) 등 다양한 제작사를 인수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 중이다.
ITV 스튜디오의 줄리언 벨러미(Julian Bellamy) 대표는 “문에이지는 *프리미엄 드라마 제작사*로서 명확한 정체성을 갖춘 팀이며,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문에이지의 프리스 팁레이디 대표도 “ITV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는 영국 방송계에서 단순한 지분 이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상업 방송사인 ITV가 BBC 기반의 제작사를 인수하면서, 전통 공영채널의 콘텐츠가 민간 플랫폼으로 이관되는 흐름에 속도를 더하게 됐다. 배우 중심이 아닌 *스토리텔링*과 제작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드라마 산업의 지형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