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대신 신뢰”...엑시리스트, 업비트·빗썸 생존 경쟁 리포트 공개

2025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거래소 생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엑시리스트(Exilist)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업비트와 빗썸의 경영 전략과 자산 건전성, 규제 대응력, 유저 경험 등 10개 핵심 지표를 비교한 결과, 단순한 거래량이 아닌 종합적 플랫폼 신뢰도가 향후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 업비트와 빗썸은 각각 982만 개, 490만 개의 누적 계정을 보유하며 국내 시장에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업비트는 24시간 거래량 약 37억 달러로 여전히 업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금융정보분석원의 제재 이후 거래량이 감소하며 외부 변수에 대한 민감도를 드러냈다. 반면 빗썸은 같은 기간 11억 달러의 거래량으로 추격하고 있으며, 공격적인 신규 상장과 에어드랍 캠페인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상장 전략에 있어서도 빗썸은 2025년 1~2월 두 달간 33종의 신규 코인을 상장하며 시장 트렌드 반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상장폐지 비율이 27%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엑시리스트는 신속한 상장이 단기 트래픽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프로젝트 검증 능력과 신중함이 결여되면 장기적으로 투자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 건전성 측면에서도 두 거래소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약 2조 5천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보유하며 재무 안정성이 돋보인 반면, 빗썸은 지난해보다 줄어든 965억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케팅 및 운영비 지출이 자산 소진 속도를 앞지르고 있음을 반영한 수치다. 이와 같은 재정 구조는 향후 외부 충격 발생 시 복원력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규제 대응 역량에서도 대조적인 양상이 관찰된다. 업비트는 FIU 제재를 받은 이후 법원의 효력 정지 결정과 동시에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개선을 빠르게 단행한 반면, 빗썸은 현재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FIU 현장 조사를 받는 중이다. 엑시리스트는 거래소의 신뢰도는 제재 여부보다 위기 상황에 대한 복원력과 내부 통제 시스템의 투명성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은행 제휴 안정성, 사용자 경험(UX/UI), 커뮤니티 운영, 마케팅 전략, 글로벌 확장성 등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드러났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의 협업, 투자자보호센터 운영, 동남아 국가 중심의 라이선스 기반 진출을 통해 신뢰 중심의 구조를 구축 중이다. 반면 빗썸은 콘텐츠와 커뮤니티 운영, 대규모 인센티브 마케팅, 비전통적 글로벌 사업 확장을 통해 공격적인 외형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IPO 추진 상황 역시 상반된 모습이다. 업비트는 미국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장기 전략을 다듬는 중이며, 최대 배당 실시는 상장 전 체력 자산의 과시로 해석된다. 반면 빗썸은 과거 IPO 철회 이후 올해 하반기 재추진을 예고했지만,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와 회계 개선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결국, 단기적인 수치가 아닌 구조적 내구성이 거래소의 진짜 경쟁력이라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엑시리스트는 “속도보다 지속 가능성, 확장성보다 신뢰 중심의 플랫폼이 미래의 승자가 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표면적 데이터보다 거래소 운영의 본질을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메인 키워드인 ‘업비트’와 ‘빗썸’의 비교는 한국 가상자산 산업이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 ‘어떤 거래소가 먼 미래까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