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없어도 투자받는 비결? 스타트업 가치, 미래에서 결정난다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매출이 없는 스타트업의 가치는 어떻게 산정하느냐’다. 언뜻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정작 스타트업의 가치는 과거 실적보다는 미래 가능성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이 질문은 출발부터 잘못된 전제를 깔고 있다.

벤치마크(Benchmark)의 파트너로 잘 알려진 전설적 투자자 빌 걸리(Bill Gurley)는 “밸류에이션은 과거 실적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기준선”이라며 투자자들의 사고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 가치는 할인된 미래 현금흐름의 총합 또는 엑싯 가능성을 전제로 구성된다. 특히 벤처 투자 시장에서는 회사의 매출 성장 가정 또는 EBITDA가 그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미래를 기반으로 한 가치 산정은 다음과 같은 3단계 로드맵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다. 먼저 창업자가 내세우는 ‘비전’을 전략적인 성장 계획으로 변환하고, 이 전략을 재무모델로 수치화해 예상 매출과 비용 수준을 도출한다. 마지막으로 이 예측 데이터를 다시 초기 비전과 대조해 현실성과 실행 가능성을 점검하는 식이다. 이는 확실성을 보장하지 않지만, 투자자에게 일관된 논리를 제공한다.

허슬 펀드(Hustle Fund)의 에릭 반(Eric Bahn)은 이 같은 투자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초기 투자자들은 모든 것이 제대로 풀릴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물어야 한다.” 이는 스타트업의 본질을 ‘연속된 가정의 검증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다. 매출 확보는 그 여정의 출발점일 뿐이며, 이후에는 확장 가능성, 고객 유지율, 제품 다변화 효과 및 경쟁에 따른 수익성 변화 등을 통해 투자 논리가 점차 강화된다.

프리레버뉴(Pre-revenue) 단계의 스타트업이 특히 불확실성이 높게 느껴지는 것은, 매출이 없다는 점보다도 제품 개발이나 시장 진입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외부 투자를 통해 성장 초기의 큰 비용 부담을 감당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TAM(총주소시장), 기술적 실현 가능성, 예상 수요 검증 등을 통해 가설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이번 논의를 통해 명확해지는 사실은 하나다. 위대한 창업자는 투자자의 확신을 끌어내며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뛰어난 투자자는 증명되지 않은 시점에 확신을 구축해 보다 낮은 가격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양방향 설득’의 과정은 투자 초기 단계일수록 더욱 치열하고 복잡하게 전개된다.

결론적으로, 프리레버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투자자의 사고방식과 미래에 대한 확신 수준을 시험하는 장이다. 애초에 불확실성이 없다면 벤처 투자의 존재 이유 자체가 없어지는 셈이다. 수치로 입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만 움직이고 싶다면, 스타트업 초기 투자는 아마 적절한 공간이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