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AI 시장에서 '에이전틱 AI(Agentic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도입 현황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열린 'AI 에이전트 빌더 서밋 2025'에서 발표된 혁신 사례와 기술 시연은 분명 인상적이었지만, 대다수 기업은 이를 실행할 기반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에이전틱 AI는 복잡한 업무를 자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의미한다. 이 기술은 진정한 업무 자동화의 미래로 주목받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도입을 넘어선 조직 차원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데이터 사일로 해소, 통합 데이터 인프라 구축,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 기술 파트너 선정, 변화 관리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정을 제대로 밟지 않으면 에이전틱 AI의 혜택은커녕 막대한 낭비와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기술적 인프라 측면에서도 격차는 크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업체들은 GPU, AI 전용 칩, 고속 네트워크, 액체 냉각 설비 등 차세대 AI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액은 2031년까지 약 1조 달러(약 1,44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AI 특화 분야의 투자 비중은 8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기업 내부 인프라는 여전히 CPU 중심의 전통적 시스템에 머물러 있어 양자 간 격차는 커지는 추세다.
2025년이 '에이전트의 해'가 되리라는 기대감은 과도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많은 기업이 생성형 AI에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대규모 실전 배치까지는 갈 길이 멀다. 실제 조사에서는 80% 이상의 기업이 오픈AI 계열 API나 SaaS 기반 AI 도구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체 모델 운영 능력을 갖춘 기업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데이터 품질, 시스템 통합성, AI 거버넌스 등 기본 체계가 미흡한 것도 큰 장애물이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AI는 오히려 오류를 양산하고, 복잡한 IT 자산 구성과 보안 규범 사이에서 AI 에이전트가 자율성을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제약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실적 문제를 외면한 채 에이전틱 AI 도입을 서두를 경우, 과거 빅데이터 유행처럼 기대만 높다가 실질적 성과는 뒤따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해서 낙관을 버릴 필요는 없다. 기업이 에이전틱 AI 시대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지금부터 단계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핵심은 '옐로 브릭 로드' 전략, 즉 다섯 단계의 준비 절차다. 첫째, 데이터의 통합과 정제를 기본으로 하고, 둘째, 모든 시스템을 API 기반으로 연결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셋째, AI 거버넌스를 조기에 구축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넷째, 작지만 실용적인 파일럿을 통해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 리더뿐 아니라 전 직원에 걸친 AI 이해도와 활용력을 높이는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준비 과정을 소홀히 하면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기업 내부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다. 반대로 이 다섯 단계를 체계적으로 실행한 기업은 원하는 시점에 안정적으로 에이전틱 AI를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궁극적으로 에이전틱 AI는 비즈니스 생산성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술이다. 다만 그 전환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혁신의 가능성은 높지만, 준비 없는 도입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기업이 진정으로 이 변화를 기회로 만들려면, 지금은 보여주기식 AI 시연보다 인프라 정비, 데이터 전략, 내부 학습 같은 '보이지 않는 토대'에 투자할 때다.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가 미래 AI 기술의 실험장이 되고 있는 지금, 기업은 클라우드 기반 AI를 발판 삼아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향후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업무 전반을 자동화할 준비가 되었을 때, 이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기업은 오늘 이 성실한 밑작업을 진행한 곳만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장된 선언이 아니라, 엔터프라이즈 현실에 기반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