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지각변동 일으킨다… 오픈AI·퍼플렉시티, 빅테크 빈틈 파고든다

인공지능(AI)이 더 이상 단순한 유행어가 아닌, 기술 산업 전반을 뒤흔드는 실체로 작용하고 있다. 기존 빅테크 기업들이 규제의 포화 속에서 흔들리는 사이, 오픈AI와 퍼플렉시티, 앤트로픽 같은 AI 태생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부상하며 산업권력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기업의 데이터 소유권, 인프라 확장 속도,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AI의 제공 여부가 새 시대의 승자를 가를 핵심 조건으로 부상한 가운데,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GOOGL)과 메타(META)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 당국의 반독점 규제 대상이 되며 수세에 몰려 있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소송 위험을 피하기 위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합의금으로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고, 구글 역시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의 독점이 법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규제 소송이 장기화되면 내부 리소스가 고갈되고 민첩성이 떨어져, 그 빈틈을 노리는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세일즈포스(CRM)는 발 빠른 전략 전환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마크 베니오프 CEO는 데이터 클라우드와 AI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을 결합한 ‘Agentic AI’ 전략으로 기업 고객의 복잡한 업무 흐름을 자동화하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동종 업계에서 세일즈포스는 기존 자산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못지않은 속도로 신기술을 흡수하며, 기술진화와 조직내재화 사이 균형을 이룬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더큐브 리서치에 따르면, 엔터프라이즈 기술 시장의 AI 혁신은 단지 도구 차원을 넘어, ‘에이전틱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중심으로 조직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과거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 인프라 중심이었다면, 이번 변화는 기업 전반에 걸친 결정프로세스와 실행을 AI가 대체 혹은 보조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AI를 둘러싼 시장의 이 같은 재편은 동시에 각국 정부의 산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FTC는 구글 분할을 공식 요구하며 무려 300억 달러(약 43조 2,000억 원)의 시정 명령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AI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와 ‘국내 테크 우선주의’를 앞세운 행정명령을 예고하며, 미국 IT업계 전반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 같은 격변기를 ‘지각판이 흔들리는 슈퍼문 주기’로 묘사하며, 향후에는 AI의 기술력뿐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기술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떻게 통합되는지가 산업 권력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채널을 통한 대중접근성보다, 데이터 주권과 실행 역량이 더욱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결국 이 시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업은 빠르게 진화하는 환경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는 조직, 즉 기술적 민첩성과 정책 대응력이 결합된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빅테크들이 흔들리는 사이, AI 스타트업들과 적응력 높은 중견 기업들이 새로운 주도권을 향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